노래로 몸짓으로 언어로…다시 오월

광주일보 2026. 5. 1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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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만나는 5월 <5> 각 자치구서 오월 주제 공연
뮤지컬 ‘망월: 달을 바라다’
마당극 ‘언젠가 봄날에’
연극 ‘이어적다 -Write Down’
음악회 ‘5월, 노래로 이어지다!’
창작음악극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5·18을 모티브로 한 창작뮤지컬 ‘망월: 달을 바라다’가 14~16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다. 지난 공연의 한 장면. <광산구 제공>
5월이 오면 광주의 무대는 다시 오월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노래로 그날을 불러내고, 누군가는 연극과 마당극, 뮤지컬로 오래된 시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이어 붙인다.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광주 각 자치구 문예회관에서도 오월을 주제로 한 공연들이 잇따라 펼쳐진다. 광산문화예술회관과 북구문화센터,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 등 생활권 공연장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연대, 상실과 치유의 이야기가 시민들과 만난다.

먼저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는 14~16일 창작뮤지컬 ‘망월: 달을 바라다’가 무대에 오른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문예관 특성화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배경으로 오월의 기억을 음악극 형식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극은 보름달이 뜨는 밤, 망월동 민주묘역의 영혼들이 잠시 깨어나 서로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윤상원·박기순 열사를 비롯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 시인 김남주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작품은 이들을 역사 속 상징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냈던 청춘의 모습으로 다시 불러낸다.

결혼 38주년을 맞은 ‘윤상’과 ‘박순이’의 영혼은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망월’의 시간에만 깨어나 다시 만난다. 그러던 중 먼저 떠난 아들을 애타게 찾는 ‘배 여사’를 만나고, 서로 닿을 수 없는 모자를 이어주기 위해 나서게 된다.

특히 ‘망월(望月)’이라는 지명을 ‘달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시적으로 확장하며 기다림과 기억의 의미를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 축가 버전을 새롭게 선보이는 점도 눈길을 끈다.

놀이패 신명의 마당극 ‘언젠가 봄날에’도 올해 오월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이다. 2026년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 선정작인 이 작품은 오는 22~23일 광산문화예술회관, 29~30일 북구문화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마당극 ‘언젠가 봄날에’. <광주문화재단 제공>
‘언젠가 봄날에’는 2010년 초연 이후 전국에서 300회 이상 공연되며 놀이패 신명을 대표하는 오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5·18 당시 행방불명된 시민들과 남겨진 가족들의 시간을 조명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오월의 상처를 마당극 특유의 정서로 풀어낸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늙은 무당 ‘박조금’이 있다. 그는 굿판을 마친 뒤 옛 전남도청 앞 은행나무를 찾는다. 그곳에는 억울한 죽음으로 저승에 가지 못한 시민군 호석과 여고생 정옥, ‘백구두’가 46년째 떠돌고 있다. 저승사자들은 세상 사람들이 점점 5·18을 잊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은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이승으로 향한다.

망자들의 시선을 따라 오늘의 광주를 비추는 연출은 기억과 망각 사이에 놓인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탈굿과 소리, 춤이 어우러진 마당극 형식은 현장감과 공동체적 에너지를 더하며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극 안으로 끌어들인다.

극단 밝은밤은 북구문화센터에서 오는 21일 오후 7시 청년들의 시선으로 오월을 새롭게 풀어낸 연극 ‘이어적다-Write Down’을 선보인다. 지난해 프로젝트 ‘청년, 오월을 이어 적다’의 결과물로, 청년들이 직접 5·18을 주제로 전시·웹툰·음악 등을 제작하고 이를 하나의 공연으로 확장했다.

연극은 2026년을 살아가던 청년 ‘기윤’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1980년 봄으로 타임슬립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대학생의 몸으로 깨어난 그는 또래 여학생 ‘수연’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범한 청춘처럼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5·18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친구와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로맨틱 코미디 같은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는 점차 5·18의 비극과 청춘의 상실로 나아간다. 이를 통해 열사와 시민군 이전에, 그들 또한 사랑하고 고민하며 미래를 꿈꾸던 평범한 청년들이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밖에도 16일 오후 3시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에서는 한일교류음악회 ‘5월, 노래로 이어지다!’가 열린다. 푸른솔합창단 등 지역 합창단과 일본 ‘일어서라! 합창단’이 함께하는 무대로, 민주·인권·평화라는 오월정신의 가치를 음악으로 나누고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는 창작음악극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도 무대에 오른다. 고(故) 문병란 시인의 5·18 관련 시에 곡을 붙인 오라토리오로 빛고을심포니오케스트라와 광양시립합창단, 성악가들이 함께 참여해 오월의 언어와 정신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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