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전북대 교수 “법의학은 죽은 자 기억하며 공동체 안전 지키는 일”

광주일보 2026. 5. 13. 2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법의학은 죽은 자를 통해 기억을 살려내는 일입니다. 참사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다양한 방송과 강연을 통해 법의학의 가치를 알려온 이호 전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광주시 상무지구 브리브 광주 바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일보 14기 리더스아카데미]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주제 강연
5천여 시신 목도 ‘죽음의 기록관’
참사의 아픔 반복하지 않으려면
희생자를 가슴으로 기억해야
죽음 문턱서 남긴 마지막 진리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사랑하라
이호 전북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가 지난 12일 광주시 서구 브리브 광주 바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법의학은 죽은 자를 통해 기억을 살려내는 일입니다. 참사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다양한 방송과 강연을 통해 법의학의 가치를 알려온 이호 전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광주시 상무지구 브리브 광주 바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했다.

평생 5000여 건의 시신을 마주하며 죽음의 기록관으로 살아온 그는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위기와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화두를 던졌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이 교수는 “법의학자의 소원이 있다면 모든 이가 수사가 필요 없는 투명한 자연사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락, 질식사 등 다양한 외인사를 접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목도했다. 모든 죽음은 결국 심정지로 귀결되지만 심정지를 유발한 원인을 찾는 것이 법의학의 본질이다.

“낙엽이 떨어지듯 태어나 늙고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름 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확한 사인조차 모른 채 세상을 떠난 이들이 수만명에 달하죠. 이들은 대개 혼자 살거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이웃들입니다. 이들의 죽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이 교수는 대형 참사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911 테러 당시 미국 언론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우리(We, Our)’였던 반면 우리 사회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라는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이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처벌하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구조를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갔던 해경 함장이나 용산소방서장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행태는 공무원들의 헌신을 앗아가는 행위라는 것이다.

“법의학자로서 봤던 가장 처참했던 시신은 토막이나 폭발 사고의 흔적이 아니라 구명조끼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기다리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었던 세월호 아이들의 모습이었어요. 사안의 본질을 보지 못하면 제2, 제3의 참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늘 예의주시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수많은 이들의 노고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유가족들은 늘 ‘살려내라’는 말을 한다. 이는 죽은 자를 살려내라는 게 아닌 기억을 살려내라는 말”이라며 “참사로 숨진 이들을 가슴으로 기억하고 그들의 죽음으로 하여금 막을 수 있는 참사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당신이 사망하기 10초 전이라면 무슨 말을 남기고 싶습니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수많은 참사 희생자들이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바로 ‘사랑해’, ‘보고 싶어’, ‘고마워’, ‘미안해’라는 그리움과 애정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던 마음은 씻은 듯 사라지고 소중한 이들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만이 남아있었다.

이 교수는 “죽은 자들이 산 자에게 건네는 마지막 가르침은 결국 ‘지금,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14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연은 오는 5월 19일 박진영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를 초청해 ‘리더의 공감 대화법’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