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렬" 삼성전자 총파업 D-8…40조 손실 현실화하나

성과급 지급 문제를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마지막날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핵심사업부인 반도체(DS) 부문이 주도하는 총파업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손실이 40조원이 넘고,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 속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훼손 등이 국가 경제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2일 오전부터 13일 새벽 3시까지 17시간에 걸쳐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올해 예상치 기준 약 45조원)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연봉의 최대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일회성 약속으로 성과급 지급 방식을 정할 것이 아니라, 명문화된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낼 경우 특별 보너스를 통해 경쟁사 이상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후 조정 절차가 종료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자율적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를 거듭 권고했으나, 노조 측은 추가 교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13일 "파업 종료까지 회사와 추가적인 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측은 사후조정이 무산된 데 유감을 표했다. 사측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부가 어렵게 만든 사후조정이 노조의 결렬선언으로 안타깝게도 무산됐다”며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임직원, 그리고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경영 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면서도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손실이수십조원에 달하고,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 속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훼손 등이 국가 경제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파업이 한국 자본시장 충격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경제 6단체는 삼성전자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 발표를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지난 11일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이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안정성, 그리고 한국의 장기적인 투자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단행할 경우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암참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경영 및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현안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회원사 및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과정에서도 공급망 회복력과 운영 안정성, 장기적인 경영 예측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후 조정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는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가 집계한 파업 참여 인원은 이날 오전 기준 4만 2000여명이다.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 커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중노위는 조정 및 중재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결정권을 가진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정부 개입보다는 대화를 우선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진정성 있는 마지막 협상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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