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 종 식물 전수 분석했더니…멸종 위기,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장윤우 2026. 5. 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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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멸종 위기와 달라…미래 신약이나 신소재 가능성까지 사라져
꽃 피는 식물이 품은 설계도의 총량 ‘약 1445억 년’ 중 ‘307억 년’ 위협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지구에 사는 꽃 피는 식물 33만여 종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 수억 년간 쌓인 설계도째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공개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제392권 제6798호에 따르면 영국 왕립식물원(큐 가든) 연구팀이 꽃 피는 식물 전체를 분석한 결과 식물 설계도의 21.2%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9945개 종을 별도로 추려냈다.

단순한 멸종 위기 통계와 다른 이유가 있다. 진화적으로 오래된 식물, 즉 가까운 친척 종이 없는 식물이 사라지면 그 하나의 죽음으로 수억 년 치 설계도가 함께 지워진다. 아직 인류가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특성들, 미래의 신약이나 신소재가 될 가능성도 통째로 사라진다.

식물은 왜 그동안 보호받지 못했을까. 꽃 피는 식물 5분의 2 이상이 멸종 위협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위기 목록에 등재된 비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척추동물이 80% 이상 등재된 것과 대조된다. 생물 보전 체계 자체가 동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식물은 처음부터 주요 지표 산정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보호종(EDGE) 2 프로토콜’이라는 새 분석 방법을 개발했다. 자료가 불완전한 대규모 분류군에서도 위협받는 설계도의 양을 수치로 따질 수 있도록 한 방법론이다. 이번에 복원한 생명의 족보 규모는 기존 동물 분석에 쓰인 것보다 열 배 이상 크다.

식물 진화 역사, 5분의 1이 사라진다
연구진이 추린 우선 보호 종 분포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제392권 제6798호]

연구팀은 꽃 피는 식물 33만5497종을 전수 분석했다. IUCN 위기 목록 자료와 자료가 부족한 종들에 대한 통계 예측값을 결합해 분석했다. 꽃 피는 식물이 품은 설계도의 총량은 약 1445억 년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21.2%인 307억 년 치가 위협받고 있다.

겉씨식물(소나무·은행나무 계열)의 14.4%, 턱뼈를 가진 척추동물의 1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척추동물 가운데 멸종 위기 비율이 높다고 알려진 악어류(21%)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팀이 추린 9945개 우선 보호종은 임의로 고른 것이 아니다. 각각의 종이 위협받는 설계도 가운데 상당한 몫을 품고 있어 이 중 하나라도 살리면 그 종과 연결된 긴 역사를 통째로 지킬 수 있다. IUCN 위기 목록 기준으로 ‘취약’ 이상으로 분류된 우선 보호종은 5869종이다. 위기가 예측되지만 아직 등재되지 않은 후보 종 4076종이 더 있다.

전체 꽃 피는 식물 가운데 우선 보호종 비율은 약 3%에 불과하다. 이 3%를 지키는 것만으로 위협받는 설계도의 16.6%를 보전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우선 보호종 1위는 온두라스 엘 쿠수코 국립공원 안 단일 산맥에만 사는 교목이다. 세이셸 마헤 섬에서만 자라는 해파리나무, 카메룬 숲의 기생 식물, 칠레 중부 해안에서만 발견되는 나무도 상위 25종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보호종은 열대 섬에 집중돼 있다. 마다가스카르(950종), 보르네오(561종), 에콰도르(446종)가 가장 많은 우선 보호종을 품은 지역으로 꼽혔다. 우선 보호종 비율이 기대치보다 높은 18개 지역 가운데 아프리카 3개국을 제외하면 모두 섬이다.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이 독자적 진화를 이끌었지만 외부 위협엔 극도로 취약한 조건도 함께 만들었다.

우선 보호종 가운데 한 지역에만 사는 종의 비율은 88.4%다. 꽃 피는 식물 전체 평균 55.6%보다 30%포인트 이상 높다.

이 연구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자원 배분이다. 2022년 채택한 생물다양성 협약에서도 설계도 보전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보호종 가운데 인류에게 유용한 종의 비율(4.8%)이 위협받는 식물 전체 평균(1.3%)보다 높다고 밝혔다. 설계도를 지키는 일이 인류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꽃 피는 식물 5종 중 2종 이상이 멸종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산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종의 75%도 위협받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새로운 세대의 보전 감시와 행동을 촉발할 때”라고 강조했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ence.adz0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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