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추경 말고”…‘초과세수 활용법’ 재설계 논의 급물살

박상영 기자 2026. 5. 1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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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지방교부금·국채 상환 규정…현실은 ‘단기 부양’ 추경
세수 대폭 증가 전망에 “에너지 등 AI 인프라 미래 투자” 목소리
“고용 불안·양극화 심화 부작용 감안”…사회안전망 투입 의견도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 화두를 던지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새로 편성하거나 국가재정법에 따라 나랏빚을 상환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장기 성장기반 마련과 재분배에 초과세수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산업의 성과로 발생한 막대한 세수를 국가 미래를 위해 쓰자는 논의를 촉발했다.

초과세수의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도 제안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로 늘어나는 ‘세계잉여금’의 사용처를 규정하고 있다. 잉여금은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과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순으로 우선 써야 하며, 추경 편성은 이를 모두 거친 뒤에야 허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초과세수가 추경 재원으로 먼저 투입되는 경우가 잦았다.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편성된 총 19차례 추경 중 5차례가 초과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삼았다. 올해도 25조2000억원의 초과세수 중 국채 상환에 쓰인 것은 1조원에 그쳤고, 나머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각종 사업 예산으로 배정됐다.

추경 편성이 단기 경기 부양에는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 사업에 그쳐 효과의 지속성을 두고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초과세수가 발생할 때마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현행 제도상 내국세의 19.24%는 지방교부세로, 20.79%는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돼 중앙정부가 재정 운용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도 초과세수가 늘어날수록 교육교부금 규모 역시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여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국채 상환이나 일회성 사업에 투입하기보다는 AI 시대의 핵심기반에 집중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 2038년까지 송전망에 73조원, 배전망에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를 한국전력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정 투입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더 큰 틀에서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동전쟁을 계기로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얼마나 큰 취약점인지 드러난 만큼,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더욱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배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AI 산업 확산과 함께 고용 불안과 양극화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반도체·AI 호황의 혜택이 해당 산업 종사자에게만 집중되고 그 밖의 계층은 소외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어 초과세수를 고용·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의 주장도 이런 문제의식과 닿아 있다. 그는 “초과이익의 일부를 현세대의 사회 안정성과 전환 비용 완화에 사용하는 것 역시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체제 유지 비용의 성격을 갖는다”고 적었다.

기획예산처는 새로운 방식의 초과 세수 활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초과세수 규모가 확정되거나 구체적인 지원 분야가 정해진 뒤에야 관련 예산 편성 검토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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