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완 4단이 말하는 ‘AI 시대 한국 바둑의 미래’ “승리 위한 정답보다 왜 두는지 고민해야”
복기·수읽기 등 보조 도구 활용
바둑에 대한 이해·예절이 먼저

2016년 3월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한국 바둑계에 큰 충격을 남겼다. 당시 대부분은 인간 최고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세돌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1승4패였다. 4국의 ‘78수’가 아니었다면 전패했을 수도 있다.
이 대국 이후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기보 연구와 실전 대국 중심으로 공부했다면 지금은 대부분 프로기사와 유망주들이 AI를 활용해 복기와 수읽기를 한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류동완 바둑도장에서도 연습 대국과 AI 학습이 자연스럽게 병행되고 있었다.
류동완 4단(아래 사진)은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에 익숙하다 보니 AI 접근 자체가 매우 자연스럽다”면서 “AI를 통해 바둑을 먼저 접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11세부터 19세까지 약 30명의 유망주들이 프로기사를 목표로 훈련 중이다.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4단은 “AI는 가장 쉽고 빠르게 정답을 알려준다. 복기에서도 매우 편리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을 수 있다. 결국 AI가 주는 편안함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AI 수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수가 나오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확산은 바둑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프로기사 사범과 내제자 관계를 통해 기술뿐 아니라 예절과 태도까지 함께 배우는 문화가 강했다. 이후에는 유명 기사들이 운영하는 도장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한국 바둑 인재 육성의 중심 역할을 했다. AI 등장 후에는 사범 도움 없이도 혼자 공부하는 환경이 가능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지던 바둑 특유의 문화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진서 9단도 최근 ‘알파고 10년’ 행사에서 “요즘은 모두가 AI로 공부한다”며 “AI는 승리만을 위한 정답을 찾지만, 왜 바둑을 두는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기 위한 바둑을 뒀지만 지금은 내가 어떤 바둑을 두는지 설명할 수 있는 바둑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류 4단 역시 “좋은 프로기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예절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이들에게 인사와 태도, 존중 같은 부분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유망주들 역시 AI를 ‘보조 도구’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바둑을 14년째 배우고 있는 신다빈양(17)은 “AI는 훌륭한 예시와 모범 답안 역할을 한다”면서도 “사람이 AI를 100%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념 이해와 응용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청소년바둑대회 주니어부 우승자인 김정현군(10)은 “대회 전에 포석 정도만 간단히 AI로 공부할 뿐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AI보다 실전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류 4단은 “기본적인 바둑 이해와 자기 스타일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AI에 빠지면 결국 아는 문제만 푸는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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