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란 숨통 틔웠다”…트럼프-시진핑 회담 새 뇌관 ‘그림자 정유소’[디브리핑]
美해군,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도 하루 150만배럴 유입
‘그림자 함대’ 통해 中으로 흘러가…中 에너지안보 핵심 부상
![9일(현지시간)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 컨테이너들이 선적돼 있다. [AF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ned/20260513200311334ztlq.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미국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들여와 가공해온 중국의 ‘그림자 정유 네트워크’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사실상 이란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고 보고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일대에서는 오랫동안 미국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가 은밀하게 가공·유통돼 왔다.
산둥성 해안지대에는 거대한 원유 저장탱크와 정유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는 이른바 ‘티포트(teapot) 정유소’로 불리는 중소 독립 정유업체들이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이란산 원유를 휘발유·디젤·석유화학 제품으로 가공해왔다.
미국이 수개월째 이어진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란의 자금줄 차단에 나서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이 거래망이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7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시찰하고 있다. [A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ned/20260513200311612ugqs.jpg)
미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중 직전 “중국으로의 이란산 원유 판매와 운송을 지원했다”며 개인과 기업 12곳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반면 중국은 이달 초 미국이 또 다른 중국 정유시설을 제재하자 자국 기업들에 미국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미 해군은 아라비아해에서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이른바 ‘그림자 유조선(shadow tanker)’ 추적에 나섰지만, 중국 정유업체들은 여전히 원유를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AF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ned/20260513200311920vtep.jpg)
CNN은 최근 산둥성과 허베이성 경계 인근 정유시설 밀집 지역을 직접 취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허베이신하이화학그룹(Hebei Xinhai Chemical Group) 정유시설 주변에는 마스크를 쓴 경비원들이 배치돼 있었고, CNN 취재진 차량을 따라다니며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이 회사가 “이란 군과 연계된 원유를 구매했다”고 비난했다. 또 제재 대상 유조선을 통해 수억달러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이후 중국 정유업체 5곳 이상을 제재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산둥성 일대에 몰려 있다.
산둥 지역 정유산업은 현재 중국 전체 석유 소비량의 약 20%를 해외 수입 원유에 의존해 가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당량이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산 제재 원유라고 분석한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에리카 다운스 연구원은 “이들 중소 정유업체는 수익성이 매우 낮다”며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를 할인 가격에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원유시장 충격이 커지면서 중국 독립 정유업체들은 오히려 중국 에너지 안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 전 기준 이란산 원유는 중국 해상 원유 수입의 약 13%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케플러(Kpler)의 무위 쉬 선임 원유 분석가는 지난해 거래 규모가 약 325억달러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다른 산유국 수출까지 흔들리면서 지난달 이란산 원유 비중은 18%까지 치솟았다.
쉬 분석가는 “베이징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연료 공급과 에너지 안보 확보가 중요하다”며 “중국은 여전히 원유 조달이 가능한 티포트 정유소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둥성 황해 연안 4개 항구와 다롄항은 최근 3~4월 하루 평균 150만배럴 이상의 이란산 원유를 받아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있음에도 공급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평가다. 분석가들은 가격 상승 영향은 있지만 여전히 수천만배럴 규모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 동쪽 해상에 저장된 채 대기 중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주로 싱가포르 해협 인근 ‘동부 외항 정박지(EOPL)’를 거쳐 중국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는 ‘그림자 함대(shadow fleet)’로 불리는 노후 유조선 네트워크가 동원된다.
이들 선박은 위치추적장치를 끄고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STS·Ship-to-Ship transfer)을 반복하며 원유 출처를 숨긴다. 이후 원유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산 원유로 위장돼 중국 항구로 들어간다.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최소 7척의 선박이 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이란산 원유를 옮겨 실은 뒤 산둥성 항구로 향했다.
![8일(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 공보에 의해 공개된 이 사진에서는 이란 항구를 향해 항해를 시도하던 이란 국적의 유조선 허비호가 USS 라파엘 페랄타함에 의해 차단된 모습이 담겼다. [AFP]](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ned/20260513200312257zemg.jpg)
CNN은 위성사진을 통해 이란 국영석유회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유조선 ‘허비(Herby)호’가 다른 선박과 나란히 붙어 연료를 옮기는 장면도 포착했다.
이후 허비호는 다시 이란으로 향하던 중 미국 해군 구축함 USS 라파엘 페랄타함에 의해 차단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당시 해당 유조선이 “이란 항구로 향하려 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화물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며칠 뒤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에서는 같은 원유를 넘겨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항구에 정박한 뒤 위치추적 신호를 끄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CNN은 이를 두고 사실상 이란산 원유의 중국행 운송이 완료된 장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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