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내 아이를 괴롭히는 교사는 없다
경남교육감 후보들 교권 회복 약속하길

누구나 초등학생 때 친구의 이름을 이용해 놀렸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테다. 나는 놀림의 피해자였다. 짓궂은 녀석들은 해중이라는 이름에 점 하나를 더 붙여 나를 '해충'이라고 놀렸다. 한두 번은 웃어넘겼지만 놀림이 계속되면 화를 참지 못했다. 그날도 같은 일이 반복됐고, 그 모습을 담임 선생님이 목격했다. 선생님은 우리를 부르셨다. "해중(海中)이 이름에는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그러니 친구 이름을 가지고 함부로 놀리면 안 된다." 선생님의 말씀과 그때의 고마움은 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내일(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날을 앞두고 교사들은 교직 생활의 보람을 느끼기는커녕 교권침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경남교사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 마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는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 부모의 반복 민원 사례를 들어 담임교사가 잇따라 교체됐고, 한 교사는 정신건강 악화로 교단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는 학생이 1학년 때부터 수업 내용과 생활지도 방식에 지속적으로 개입했다. 또 학생의 학교 무단이탈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막기 위한 교사의 안내와 제지를 협박·감금으로 문제 삼았다고 한다. 노조는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교사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접수한 교권침해사건 438건 중에서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은 199건으로 전체 교권침해의 45.4%를 차지했다. 특히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생활지도 중에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학생의 어깨를 붙잡았다고, 하교 지도를 하던 교사에게 다가오는 학생을 손으로 제지했다고, 수업 준비 중 떠드는 아동에게 주의를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등 교총이 접수한 사례를 보면 교권침해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내 아이의 소중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애지중지 키운 내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지,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있지 않은지 걱정하는 것은 부모라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공동체 속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규범을 배우고, 성인이 되어서 살아가야 할 사회생활을 미리 익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선생님에게 삶의 방향성을 배우며 자란다. 의무교육을 이행한 모두가 경험한 일이다. 나쁜 길로 아이를 지도하거나 괴롭히는 교사는 거의 없다. 그러니 사명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믿고 아이를 맡기자.
교권침해가 학부모만의 책임은 아니다. 정부가 교권침해를 방지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내놓고 실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의 대책도 필요하다. 6.3 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남교육감 선거에는 5명의 예비후보가 앞으로 4년 경남 교육을 책임지겠다며 나섰다. 어느 후보가 교육감이 되든지 교사라는 직업이 다시 존중받고 경남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보람찬 일이 되도록 교권을 회복하는 데 진심을 쏟겠다고 약속하길 바란다.
/강해중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