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토요일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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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주5일제가 시작되던 때를 떠올려 보면 우리 사회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다.
하루를 더 쉰다는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질서와 균형이 흔들리는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공휴일에도 출근할 만큼 매일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에 하루의 쉼이 더해진다는 것은 아주 낯설고 위험한 실험이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토요일의 휴무는 그때의 걱정이 기우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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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주5일제가 시작되던 때를 떠올려 보면 우리 사회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다. 하루를 더 쉰다는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질서와 균형이 흔들리는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별히 보릿고개의 가난이 몸에 배어 있는 우리 민족의 의식은 ‘덜 일 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닌가’, ‘부지런함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 흐름이 끊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사회적인 걱정이 있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공휴일에도 출근할 만큼 매일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에 하루의 쉼이 더해진다는 것은 아주 낯설고 위험한 실험이었다. 교회도 다르지 않았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의 여유가 생기면 교인들이 교회에 오지 않고 산과 들로 흩어져 교회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어떤 교회는 토요예배를 신설했고 어떤 이들은 주일 성수의 의미를 더 강하게 붙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한국교회는 믿음보다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토요일의 휴무는 그때의 걱정이 기우였음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토요일에는 조금 늦게 일어나 느린 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 주간 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고 밀린 집안일을 하며 가정은 더 단단해졌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삶의 숨을 고른다. 쉼이 사람을 무너뜨리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다시 세운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으로 배웠다.
교회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다. 토요일에도 바삐 출근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지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쉼을 통해 다시 충전되고 회복되는 시간이 됐다. 토요일 오후는 여유롭게 교회에 나와 봉사하고 교제하며 주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그 여유는 주일 예배를 더 깊고 또렷하게 만들었고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수원특례시는 120만 인구가 살아가는 도시다.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도시이자 삼성전자와 SK라는 세계적 기업이 뿌리 내린 곳이다. 그리고 주말이면 화성행궁 일대는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로 유명해졌다. 역사와 현재가 겹쳐 흐르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걷고, 보고, 만난다. 토요일 오후의 수원은 살아 있다. 따뜻한 봄볕 아래 수원 삼성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은 사람과 KT 야구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경기장으로 향한다. 그들의 걸음에는 분주함이 아니라 기대와 설렘과 힘이 있다.
이제 토요일은 단순히 쉼의 날이 아니라 삶을 다시 정돈하고 자기를 찾는 날이다. 빠르게 달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됐다. 토요일의 쉼은 나를 가다듬어 다음 걸음을 위한 준비하는 시간이 됐다. 늘 일이 지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과 함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집중하는 날이 됐다.
사회학자들의 불안한 미래 예측에 대해 현명한 국민이 잘 대처한 이유라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뛰어난 민족성이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5월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수출이 전년과 비교해 48.3% 증가하며 인공지능(AI) 특수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호황이 지속된 것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월 800억달러를 넘는 861억3천만달러(129조5천395억원)를 기록했다고 한다. 수출 증가세는 10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무역수지 역시 14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열심히 일하고 잘 쉬고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토요일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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