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한테 자리 뺏길까 봐 사표도 못 내”…학비 절반 깎아줘도 학생들 안 간다는데

미국 경영대학원들이 학비를 최대 절반까지 깎는 파격 할인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지원자 감소로 위기에 처한 주요 경영대학원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이례적인 수업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퍼듀대학교 미치 다니얼스 경영대학원은 온라인 MBA 프로그램의 올 가을 학기 등록금을 40% 내린다. 타주 출신 기준 48학점 이수에 기존 6만 달러였던 수업료가 3만6000달러로 줄어든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 Irvine) 폴 메라지 경영대학원도 직장인 대상 플렉스·최고경영자(Executive) MBA 과정 학비를 최대 38% 낮추고, 온라인·야간 수업을 확대해 직장 병행을 가능하게 했다.
존스홉킨스 캐리 경영대학원은 올봄 메릴랜드 소재 대학 졸업자가 가을 재무·의료 경영 등 특화 석사 과정에 입학하면 수업료의 절반을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이 같은 할인 경쟁의 배경에는 전통적인 2년제 풀타임 MBA 과정에 대한 수요 위축이 있다. 경영대학원 입학 관련 조사기관 GMAC(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MBA 지원 건수는 전년 대비 4.9% 감소했으며,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가파른 하락세였다.
202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진행 중인 2025~2026 입학 전형에서는 풀타임 과정을 중심으로 다시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복수의 풀타임 MBA 과정 입학처는 현재 전형에서 전년 대비 지원 건수가 20~30% 줄었으며, 일부 기관에서는 해외 유학생 지원이 40% 이상 급감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MBA 수요는 통상 채용 시장이 호황일 때 줄고 불황일 때 늘어나는 경기 역행적 속성을 띠어왔다. 하지만 현재 고용 환경은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AI 기술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이 직장인들을 학교로 내몰기는커녕 오히려 현 직장에 붙잡아두는 ‘직장 사수(Job hugging)’ 현상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2월 리쥬메빌더 조사에서 미국 직장인의 57%가 스스로를 ‘직장 사수형’으로 분류했으며, 이는 2025년 8월의 45%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AI가 자신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직률을 포함한 전체 직장 이동 속도는 1월 기준 5.8%로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학원 입학 컨설팅 업체 ‘마이 MBA 패스’ 설립자이자 뱁슨 칼리지 전 입학처장인 페티아 위트모어는 “과거에는 많은 이들이 MBA를 2년 동안의 커리어 탐색 기간으로 활용했지만, 지금의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는 직장을 버리고 학교로 가는 선택 자체가 안전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해외 유학생 감소도 타격을 더했다.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2025년 미국에 새로 등록한 외국인 학생 수는 전년 대비 약 17% 줄었으며, 엄격해진 비자 심사와 이민 정책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가을 학기 국제 대학원생 등록 건수는 5.9% 감소하며 최근의 증가세를 되돌렸다.
위기 타개를 위해 경영대학원들은 길고 비싼 전통 학위 대신 단기·유연 전문 석사 과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AI 시대에 뒤처질 것을 우려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겨냥해 “경력 단절 없이 단기간에 AI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방식이다.
2024년 조사에서 경영대학원 학장의 61%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춘 가격경쟁력 있는 MBA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 비율은 2021년의 49%에서 상승한 것이다.
학생들도 AI 역량 확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에서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올린 경영대학원 AI 석사 과정에 진학하기로 한 크리스티엔 웡은 “인턴십이든 신입 채용이든 공고를 보면 어떤 형태로든 AI 관련 역량을 요구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현수아 AX콘텐츠랩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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