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1분기 영업이익 950억→5조9635억…고유가에 급증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 1분기에 일제히 호실적을 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재고 관련 이익과 래깅(원유 도입과 제품 판매 간 시차) 효과가 겹쳐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이 일시적 요인에 힘입은 결과인 만큼 향후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관련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 업계 실적 발표를 보면, 국내 정유 4사인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지에스(GS)칼텍스, 에쓰오일, 에이치디(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9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 950억원과 견주면 1년 사이 실적이 큰 폭으로 뛰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 307억원에서 영업이익 2조162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지에스칼텍스는 1161억원에서 1조6367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키웠다. 에쓰오일도 215억원 적자에서 영업이익 1조2311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에이치디현대오일뱅크는 311억원에서 9335억원으로 늘었다.
이번 호실적을 이끈 건 정유부문이었다.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정유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4조759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9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급반등했다. 합산 매출도 같은 기간 31조7676억원에서 36조2807억원으로 늘었다. 지에스칼텍스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771억원에서 1조528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 정유 4개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영업이익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에스케이에너지는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261억원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283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에쓰오일 정유부문도 568억원 적자에서 1조39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에이치디현대오일뱅크 정유부문은 865억원에서 908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으로는 재고 관련 이익과 래깅 효과가 꼽힌다. 래깅은 원유 도입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 사이의 시간차를 말한다. 국내 정유사는 산유국과의 지리적 거리, 원유 운송·저장·정제기간 등을 따져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유가 상승기에는 낮은 가격에 도입한 원유가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돼 정제마진과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하고, 유가 하락기에는 반대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에스케이에너지 영업이익 가운데 약 60% 수준인 7800억원이 재고 관련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지에스칼텍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일시적인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했고, 등유와 경유 중심으로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도 1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효과였다고 설명했다. 정기보수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제마진 호조가 일부 상쇄됐지만, 래깅 효과로 정유부문 이익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에이치디현대오일뱅크 역시 유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실현과 정제마진 상승이 수익성 개선의 배경이라고 했다.
정유사들은 이번 실적을 구조적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동 위기가 불러온 고유가와 공급 차질이 단기적으로 실적을 밀어 올린 결과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유가와 정제마진이 중동 분쟁 전개 양상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에 따라 2분기 석유사업 시황이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에스칼텍스는 1분기 실적에 반영된 재고평가이익과 시차 이익이 일시적 회계 효과에 불과해, 중동 사태가 안정되고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관련 손실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역시 2분기 정유 시황은 견조할 수 있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관련 손실과 래깅 효과 축소에 따른 이익 하방 위험이 있다고 했다.
다만, 원유 조달과 공장 가동 차질은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스케이에너지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호르무즈 통항에 차질이 지속되면서 중동산 원유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얀부항과 푸자이라항을 통해 일부 중동산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며 “대체 원유 물량 확대로 2분기에 정기 보수 중인 공정을 제외하면 최대 가동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 역시 “5~6월 원유 도입을 평시 수준인 월 10개 카고로 회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하영 기자 y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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