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삼전 노조 파업 강행에 제동 거나… 21년 만에 긴급조정권 등장
노동 장관 긴급조정권 발동 관측 나와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法 판단도 변수
노사 대화 재개 가능성 아직 열려 있어

삼성전자 노사가 2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규모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업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최대 4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파업을 일시 중단시킬 수 있는 긴급조정권을 21년 만에 발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13일 협상이 결렬되자 잇따라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으나 노조 측은 여전히 "추가 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파업 향방은 당분간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①노동부,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은 핵심 의제인 성과급 재원과 명문화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결렬됐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느끼기엔 (사후조정에서 나온 대안이) 노조 요구보다 퇴보됐다"며 "5만 명 이상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조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남은 일주일간 총파업 시행 여부를 가를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거론되는 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30일이 경과할 때까지 재개할 수 없다. 파업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파업 중지권인 셈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공정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다"며 "긴급조정권 검토만으로도 자율적 협상 타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제스처만 취해도, 노조 측에 강한 대화 재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잇따라 삼성전자 노조 사태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삼성전자 파업 관련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가동해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막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②대화 여지도 남아
다만 긴급조정권 발동은 노동계 전반의 강한 반발을 부를 수 있어 실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등 노동계와 마찰을 빚어온 보수 정권에서도 실행하지 않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친노동'을 표방해온 정부에 지나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도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역대 네 차례에 불과하다.
정부가 강제 조치 대신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대화가 너무나 절실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또 한 번 대화를 촉구하고 주선하겠다"며 "물밑에서든 물 위에서든 분초를 쪼개서라도 양쪽을 조율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도 공식적으로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은 노사 대화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며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추가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사측이 노조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 직후 "사후조정은 이미 결렬됐고 더 이상 생각 없다"며 "파업 종료 시까지 추가 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③사법부가 급한 불 끌 수도
사법부 판단도 삼성전자 파업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다. 회사는 앞서 노조법을 근거로 노조가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점거할 경우 주요 공급사에 공급할 메모리 생산량이 감소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파업을 금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법은 파업 시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시설 점거(제42조 1항) 등을 금지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가처분 신청 관련 심문을 마치고 "사무실 점거만 진행할 예정이고 협박이나 폭행, 라인 시설 점거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불법 파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이르면 14일, 늦어도 파업 예정일인 21일 전 나올 전망이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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