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변압기 호황 속 글로벌기업과 ‘기술격차’ ‘환경규제’ 해결 과제로

이재호 기자 2026. 5. 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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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과 북미 지역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기기 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미미하고,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평가는 다소 과대평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친환경 전력기기로 전환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야 지속가능한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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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디(HD)현대일렉트릭이 독자 개발한 육불화황-프리(SF₆-Free) 고압차단기를 고객사 검사관이 살펴보고 있다. 에이치디현대일렉트릭 제공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과 북미 지역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기기 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선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기술 격차’와 ‘환경 규제’에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13일 각사 경영실적 자료를 보면 에이치디(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엘에스(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6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1% 늘었고, 영업이익은 18.4% 증가한 2583억원을 달성했다. 효성중공업은 1분기 매출 1조3582억원(26.2%), 영업이익 1523억원(48.7%)을 기록했고, 엘에스일렉트릭도 매출 1조3766억원(33.4%), 영업이익은 1266억원(45%)으로 집계됐다. 주가도 사상 유례없이 치솟았는데, 특히 효성중공업은 5월 초 주가가 470만원을 웃돌며 2020년 초반(1만원대)과 비교해 400배 이상 뛰어올랐다.

다만 업계 내부에선 환호성에 들뜨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심이 읽힌다.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하고, 유럽연합(EU) 등이 주도하는 환경 규제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급격한 실적 개선의 원인으론 북미 시장의 수요 폭증에 기반을 둔 ‘반사이익’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이후 미국 정부가 경제 안보를 이유로 값싼 중국산 전력기기를 퇴출시킨 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한국산 변압기와 전력기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변압기 ‘빅3’로 꼽히는 히타치에너지·지멘스에너지·제너럴일렉트릭은 유럽 환경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친환경 라인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면서, 폭증하는 북미 시장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미국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도 약점이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나 투자 열기 둔화 때 급속도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환경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력기기에는 절연 매체로 육불화항(SF₆) 가스가 주로 사용되는데, 유럽은 지난 1월부터 24킬로볼트(㎸) 이하 신규 중전압 차단기에 사용을 금지했다. 2032년부터는 모든 전압 구간에서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앞서 기술 개발을 위해 체질 개선을 시도했던 글로벌 빅3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미미하고,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평가는 다소 과대평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친환경 전력기기로 전환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야 지속가능한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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