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2030년 AI 고속도로 완성…자율주행·의료·제조 전 산업 바꾼다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 시대를 인터넷이 정보화 시대를 이끌었다면 이제 통신이야말로 지능화 사회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정태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네트워크연구본부장은 생성형 AI 확산으로 폭증하는 데이터와 분산형 AI 연산 환경에 대응할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확보 의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데이터센터와 단말기·클라우드·위성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AI 고속도로'를 2030년까지 완성해 자율주행·의료·제조·로봇 등 산업 전반의 지능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13일 ETRI는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ETRI 창립 50주년 기념 포럼: AI 강국으로 가는 길, AI 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ETRI의 도전과 역할' 포럼에서 6G·광 인터커넥트·자율 네트워크·AI 위성망 등을 핵심으로 한 AI 고속도로 연구개발 방향을 발표했다.
정 본부장은 AI 확산으로 통신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AI가 생산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단말기·클라우드 등으로 분산되는 AI 연산 환경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려면 네트워크 기술 고도화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네트워크 병목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팅 성능 증가 속도를 네트워크 대역폭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규모 AI 학습 과정에서 통신 지연과 오버플로우 문제가 발생한다. 정 본부장은 "AI 학습 성능은 소량의 데이터 손실에도 크게 저하된다"며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광통신을 차세대 AI 인프라 핵심으로 지목한 것도 같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AI 고속도로는 데이터·컴퓨팅·네트워크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AI 모델 개발부터 학습·응용까지 전 과정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차세대 통신 인프라다.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국정 과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과 연계된다.
ETRI는 AI 고속도로의 핵심 기술로 6G 기반 AI 무선망·AI 데이터센터용 광 인터커넥트·자율 운영 네트워크·AI 위성망을 제시했다. AI 데이터 압축·전송 기술과 인프라 보안 기술도 주요 연구 분야에 포함했다.
6G 분야에서는 초정밀·초저지연 서비스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2028년 통합 시연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내 열리는 '6G 비전 테스트 2026'에서 주요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연결 병목 문제를 해결할 광 기반 인터커넥트 기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AI 시대에는 컴퓨팅 성능보다 네트워크 성능이 전체 AI 학습 효율을 좌우한다며 광통신 기반 개방형 네트워크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TRI는 엔비디아 중심 폐쇄형 구조를 대체할 이더넷 기반 개방형 네트워크 기술과 광 인터커넥트 부품·모듈·프로토콜 개발에 집중한다. 지역 간 데이터센터를 초저지연 광 네트워크로 묶어 단일 AI 인프라처럼 운용하는 '스케일 어크로스(scale-across)' 기술도 핵심 연구 과제로 삼았다.
정 본부장은 AI 서비스와 통신망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네트워크가 스스로 운영·관리하는 '자율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네트워크 데이터를 학습해 운영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네트워크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자율 운영 체계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위성통신 분야에서는 위성·지상·공중망이 결합된 초광역 환경에서 AI로 무선 자원을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AI 고속도로가 2030년까지 완성되면 자율주행·의료·제조·로봇 등 산업 전반에서 지능의 흐름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ETRI가 정보화 시대를 이끌었듯 AI 고속도로 기술 개발로 AI 강국 도약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속도를 주문했다.
최진성 AI-RAN 얼라이언스 의장은 "AI-RAN과 6G 연계에 집중하기보다 한국 같은 통신 선진국은 최대한 빠른 기술 적용으로 반도체와 AI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탁기 SKT 부사장은 자율 네트워크 구현을 위해 4가지 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내재된 네트워크 장비·운영 인프라(OSS)·잘 설계된 데이터·업무 프로세스 시스템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광수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장은 "네트워크는 국가 전략 사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국방·공공망에서 국내 기술 생태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일 케이티셋 대표는 AI 강국이 되려면 우주 데이터센터와 자국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위성 통신망 '주권 네트워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중국에 비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땅이 부족하다"며 "주권 네트워크 보유 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닌 민·관·군 공동 투자와 국제 협력으로 구현을 고민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이인규 한국통신학회(KICS) 회장은 현재 한국 연구 동향의 한계를 지적했다. AI 에이전트끼리 통신하는 시대에 기존 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프로토콜을 개발할 미래지향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AI 전문가와 AI를 이해하는 통신 인재 양성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계획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최 의장은 "ETRI는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역량을 키운 뒤 해외로 나서는 단계적 접근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국제 무대를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가현 기자,문혜원 인턴기자 gahyun@donga.com,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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