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로 이어낸 기억의 층위

최명진 기자 2026. 5. 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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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빈 개인전 ‘깨지지 않는’…30일까지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5·18 기억과 탄핵 집회 경험 교차
유리 물성 통해 연대·지속성 시각화

김홍빈 작가가 ‘깨지지 않는(Unbreakable)’을 주제로 유리의 물성을 통해 5·18민중항쟁의 기억과 최근 탄핵 집회의 경험을 다룬 개인전을 연다. 사진은 위로부터 ‘도청앞 분수대를 위한 샹들리에’, ‘모임’, ‘5월16일 분수대광장’(사진 나경택).

‘깨진 유리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연결하다.’

서울과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홍빈 작가가 오는 30일까지 양림동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에서 ‘깨지지 않는(Unbreakable)’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독일 Art5예술협회 소속 유재현이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유리의 물성을 중심으로 5·18민중항쟁의 기억과 최근 탄핵 집회의 경험을 함께 다룬다.

작가는 깨진 유리를 다시 녹여 이어붙이는 ‘재소성’의 과정을 통해 부서짐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기억과 정신을 시각화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설치작업 ‘도청앞 분수대를 위한 샹들리에’가 놓인다. 이 작품은 금남로 분수대의 형태를 바탕으로, 위로 솟구치던 분수를 거꾸로 뒤집어 하늘에서 빛과 물줄기가 쏟아지는 샹들리에 형태로 재구성했다.

상부 프레임에는 1980년 5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 모였던 군중의 모습이 담긴 유리 장식이 매달려 있고, 맞은편에는 은박담요를 두른 시민 형상이 배치돼 서로 다른 시간대의 연대를 드러낸다.

작가는 앞서 2023년과 2025년 5·18기념문화센터 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에서 선보였던 블루스크린 작업을 이번 전시에서 유리로 확장했다. 당시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대형 작업을 유리라는 매체로 바꾸며, 이미지와 기억의 전달 방식을 새롭게 시도한 것이다.

작업의 출발점으로는 사진가 나경택이 촬영한 1980년 5월16일 분수대 광장의 군중 사진을 언급한다. 서로 다른 표정과 모습으로 모여 있던 사람들의 장면에서 출발한 인상은 이후 작업 전반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군중 속 개별 인물들이 모두 하나의 주체로 존재한다고 보며, 그 장면 안에 자신 또한 함께 놓여 있는 감각을 작업으로 풀어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유재현 기획자는 “‘깨지지 않는’이라는 제목은 쉽게 깨지는 유리의 성질에서 가져온 역설”이라며 “유리는 연약함이 아니라 부서진 이후에도 다시 이어지며 남아 있는 정신을 의미한다. 기억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꾼 채 반복되며, 과거와 현재를 겹쳐 놓는다”고 설명했다.

김홍빈 작가 역시 “깨진 유리가 전기가마의 열을 거쳐 다시 붙는 과정에 주목했다”며 “이 과정이 한국 민주주의가 고통을 겪으며 이어져 온 흐름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군중 속에는 중심도 주변도 없고, 각자가 온전한 주체로 존재한다는 점을 작업에 담고자 했다”며 “항쟁의 기억은 시공간을 넘어 현재로 이어지며, 다시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서로를 연결한다”고 덧붙였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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