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후 미중 정상 첫 회담...반도체·배터리 규제완화 기대감↑

강일용 2026. 5.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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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개방 요구 가능성...한국 기업 반사이익
삼성·SK하닉 중국팹 첨단 장비 반입 기대감
희토류·음극재 공급량 확대도...K-배터리 호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회동한 후 약 반년 만에 정상회담을 하는 가운데 양국 간 무역 확대로 한국 기업이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핵심 의제가 양국 간 무역을 확대하는 데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중국 순방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 중국 내 사업 비중이 높거나 중국 기업에 많이 투자한 미국 기업 수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NS 발언과 방중 사절단 구성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상호관세 부과 이후 꽉 막힌 중국 시장을 미국 기업에 개방해 달라고 직간접적으로 요청할 공산이 크다. 

일례로 미국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이 중국산 인공지능(AI)칩을 이용하면 전기료를 반값으로 깎아주는 간접 보조금 정책으로 응수하면서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 GPU 점유율은 급감하고 화웨이 등의 AI칩 점유율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죽의 장막'을 일정 부분 열려면 미국도 대중 수출 규제 완화라는 반대급부를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다.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 그동안 미국이 중국에 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일정 부분 완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전임 바이든부터 트럼프 행정부까지 일관되게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아왔다.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렇게 대중 수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팹(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이 상당한 피해를 본 점이다.  삼성전자 시안팹과 SK하이닉스 우시·다롄팹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반입이 막히면서 낸드 플래시 공정 미세화가 어려워졌고 사업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중국이 미국산 GPU 수입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CXMT(창신메모리), YMTC(양쯔메모리) 등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장비 수입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팹이  첨단화에 속도가 붙는 등 반사이익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측 협상이 잘 타결되면 보잉, 테슬라·스페이스X 등이 원하는 중국산 희토류와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수출량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이후 중국은 반도체, 자동차, 방산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를 '수출 허가제' 대상으로 지정하며 맞불을 놨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70%, 정제·가공의 80% 이상을 점유한 중국이 문을 걸어잠그면서 공급망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희토류 수출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 반도체 장비와 방산 물자 제조에 필요한 희소광물 조달이 원활해지고 그동안 추진해 온 공급망 다각화와 어우러져 관련 사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양극재는 공급망 다각화가 이뤄져 중국산 의존도가 낮지만 음극재는 중국산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조차 최근 미국산 음극재보다 중국산 음극재 품질이 우수하다며 약 160% 고율관세 부과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정도다.

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국내 기업이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도 한층 속도를 내면서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중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통상 분야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완화시켜 주기를 기대한다"며 "다만 지난해 10월 회담과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통해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불확실성을 완화시켜 나가는 전환점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