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따라 바뀌는 전쟁사"… 한중일 역사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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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왜 수세기 동안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화약고가 되었을까."
책은 임진왜란부터 신냉전까지 500년 한·중·일 분쟁사를 지정학과 지경학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국공내전, 한국전쟁이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광대한 대륙과 해양, 제국과 냉전이 겹친 다중스케일의 연쇄 충돌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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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극단주의 속 균형 잡힌 국제 인식 강조
지도와 전쟁으로 다시 읽는 한중일 세계사(이동민 지음/갈매나무/280쪽/2만 원)

"한반도는 왜 수세기 동안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화약고가 되었을까."
책은 임진왜란부터 신냉전까지 500년 한·중·일 분쟁사를 지정학과 지경학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21세기 들어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타이완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뒤를 잇는 1순위 전쟁 후보지로 꼽힐 정도다. 그렇게 되면 지금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호르무즈해협에서 불어온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른 직격탄을 한반도가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자가 지금 한중일의 관계를 세 나라의 최초 대격돌인 '임진왜란'에서 들여다보자고 제안하는 이유다.
명나라 중심의 '천하'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맞부딪히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한반도가 자리잡은 결정적 계기였기 때문이다.
이 출발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에스파냐발 은의 유입과 세계 해상무역 네트워크의 확장 속에서 명나라·조선·일본의 삼각 구도가 흔들렸고, 그 균열이 전쟁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제국주의 시대에 들어 쇄국과 개항의 줄타기부터 당대의 지리서가 열어 젖힌 세계관 대전환까지, 한중일의 지리적 입지가 갈라놓은 19세기 '근대화'의 명암 속에서 동북아시아 위계질서의 지각변동을 살펴본다.
아울러 중국과 한국이 식민 지배와 이념 분열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일본의 군부가 폭주하면서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끌어들이고, 한반도가 냉전의 대리전을 치르며 남북으로 나뉘기까지의 다양한 지리적 사건들이 가득 펼쳐진다.
그 사건들을 말로만 다루지 않고 보여준다. 청나라 조약항 개항 순서, 러시아 제2태평양함대 이동 경로, 1920년대 중국 군벌 분포도 같은 지도 자료를 곁들여 전쟁과 교역, 자원과 군비가 어떤 공간 위에서 얽혔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어 20세기를 분열과 팽창의 악순환으로 요약한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국공내전, 한국전쟁이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광대한 대륙과 해양, 제국과 냉전이 겹친 다중스케일의 연쇄 충돌로 펼쳐진다.
탈냉전 이후의 공생도 함께 다룬다. 한중일이 수직분업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동안에도 타이완해협과 독도, 센카쿠열도 같은 영토 분쟁은 계속됐고,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미국·중국 패권 경쟁은 동북아의 긴장을 다시 끌어올렸다고 짚는다.
저자는 21세기 경제전쟁의 밑그림에 자리한 입지, 자원, 교역, 군비 등 지리적 키워드를 톺아보면서, 국지적 분쟁이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위험을 경계할 것을 경고한다. 혐오와 극단주의가 판치는 한중일 관계 속에서 냉철하고 균형 잡힌 안목을 갖출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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