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고성국도 언론? '무책임 공론장'의 현실
[창간기획] 유튜브 저널리즘의 오늘 ①
시사유튜브 구독자 상위 203개 전수조사
언론사 등록되지 않은 채널이 52% 이상
"언론 기능을 한다면, 언론사 등록해야"
[미디어오늘 박재령, 정철운 기자]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5'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응답한 한국 이용자 비율은 50%다. 2023년 53%를 기록한 이후 계속 절반에 육박하는 이용자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답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9월 성인 2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19년 조사에선 유튜브 이용자 100명 중 54명(53.7%)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시청했다면, 2025년에는 100명 중 76명(75.5%)이 유튜브 뉴스 이용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정치를 다루는 유튜브 중 실제 언론사로 등록된 채널은 절반에 불과했다. 극단적 논조의 유튜브일수록 언론사 등록 비율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사실상 언론으로 기능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없는, '유튜브 저널리즘'의 과도기적 상황이다.
계엄 옹호 유튜브, 대부분 언론사 미등록
미디어오늘이 유튜브 통계사이트 플레이보드에서 시사 유튜브 구독자 수 상위(4월 말 기준) 203개 채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언론사(인터넷언론 등)로 등록된 채널은 97개,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은 채널은 106개로 집계됐다. 뉴스·정치 분야 유튜브 구독자 수 상위 200개와 슈카월드(코미디), 이동형TV(코미디), 삼프로TV(교육) 등 시사 정보를 다루며 뉴스·정치 분야로 집계되지 않는 채널 3개를 추가해 확인한 결과다.
기성 언론에서 '유튜브'라고 지칭하는 채널 다수가 실제로는 '언론사'로 등록돼 있었다.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대표적이다. '서울의소리', '스픽스', '팩트TV', '열린공감TV', '새날', '시민언론 더탐사', '시사타파TV' 등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튜브 다수가 언론사에 해당했다. '뉴스공장' 같이 청와대를 출입하는 '삼프로TV',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고발뉴스TV' 등도 마찬가지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계엄 옹호 등 극단적 논조를 보이는 채널은 대부분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았다. '배승희 변호사', '신인균의 국방TV', '고성국TV', '성창경TV', '뉴스데일리베스트' 등 구독자 100만 명을 넘는 극우 성향 유튜브 대부분이 언론사가 아니었다. '전한길뉴스', '펜앤마이크TV', '양영태박사TV', '독립신문TV' 정도가 극단적 논조를 보이는 동시에 언론사로 등록된 사례였다.
유튜브 구독자 상위 203개 채널 중 소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언론사로 등록된 채널(30개)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언론사로 등록된 채널(16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채널 중 절반 정도가 '윤어게인' 성향 채널이라 유튜브가 극단적인 주장이 득세하는 공론장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수 성향 유튜브의 경우 '친윤계'와 '친한계'로 극명하게 나뉘었는데 '친한계'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은 '신의한수', '성제준', '어벤져스전략회의', '최병묵의 FACT' 등으로, '친윤계'에 비해 소수였다.

시사 유튜브 시장에서 진보와 보수는 양적으로 대략적인 균형을 갖춘 모습이었다. 1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가진 채널 중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채널(18개)과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채널(15개)의 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기준을 구독자 상위 203개 채널로 넓혀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조사에서 'MBC', 'JTBC', '매불쇼', '뉴스공장', 'MBC라디오', '뉴스타파' 등을 진보 성향 채널로 분류했고, '채널A', 'TV조선', '펜앤마이크TV', '박대통령업적', '배승희 변호사', '조선일보' 등은 보수 성향 채널로 분류했다. YTN, SBS, KBS, MBN, CBS, 경제지 등 유튜브 기준 논조가 뚜렷하지 않은 채널의 성향은 분류하지 않았다.
선거 후보 출연해도, 선거 심의는 받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가운데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았다면 언론중재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방송으로 피해를 입었더라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 신청을 할 수 없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같은 자율규제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선거 관련 심의도 받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2017년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팩트TV'를 대상으로 '경고' 제재를 내린 바 있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유세 장면만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이유였다. 극우적 성향을 보이는 유튜브 채널 다수는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아 이러한 제재가 불가능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후보들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사실상 '선거방송'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은 채널의 뉴스 행위는 선거 규제의 '사각지대'에 가깝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대상에도 언론사로 등록된 채널 종사자만 포함된다. '독자의 권리보호' 등이 명시된 신문법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언론사에 요구되는 실질적 규제부터 사회적 책임까지, 유튜브 채널은 체계 밖에 서 있다.
공직선거법 53조 8항에 따르면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언론인 직을 그만둬야 한다. '전한길뉴스'의 발행인 전한길씨가 이 조항 때문에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 등록 여부가 유튜브 콘텐츠의 품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제 체계가 일부 작동한 사례다.
'유튜브 저널리즘' 구현 가능할까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지금의 유튜브 시장을 “'언론'에 대한 개념이 변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규범적 원칙을 따르는 종류의 언론, 이용자가 언론이라고 인식하는 종류의 언론, 법과 제도에서 언론으로 분류해 규제하는 언론의 영역이 제각각인 상황”이라며 “인터넷 언론이 급격히 증가하던 당시도 이 같은 문제가 있었으나 유튜브 환경에서는 더 심하다. 유튜브 채널은 인터넷 언론 등록도 필요 없고 필요한 자원도 훨씬 적어 진입장벽이 인터넷 언론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입장에선 언론사로 등록하는 것에 실익이 없다. 유튜브 이용자들도 언론사 등록 구분을 주요하게 인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언론'을 자처하는 유튜브 채널은 언론의 책임도 같이 지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언론 기능을 하는 유튜브는) 언론사로 등록해야 한다. 언론사로 등록했다면 언론사라고 정확히 밝히게 해야 한다”며 “일정한 영향력이 있으면 유튜브 채널도 책임지는 것이다. 그게 유럽 모델이다. 언중위도 가고, 허위사실 내보내면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지향 교수는 “이 채널들 스스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언론이라 여길지 의문”이라며 “자발적으로 언론사 등록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언론 비슷한 기능을 하는 채널은 의무적으로 언론사로 등록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튜브 채널을 시장 경쟁에 맡기면, 소비자들 선택에 따라 고품질 콘텐츠가 있는 채널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채널도 일부 있다. 최지향 교수는 “저널리즘이 제공할 수 있는 '흥미'는 다른 오락 콘텐츠가 제공하는 종류의 흥미보다는 맥락성, 일상성을 강조해 뉴스 이용자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언론 역할을 하는 양질의 유튜브 채널이 잘하는 것이 이것이다. 저질 채널이 난립하는 가운데, 기존 저널리즘이 놓쳤던 맥락성, 일상성, 연관성을 통해 이용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방식의 저널리즘도 일부 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엄 선포 이후 극단적인 정파성을 보이는 방송이 더 가파른 구독자 수 증가를 보이면서, 지금의 유튜브 구조에선 저널리즘 구현이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급자 입장에선 언론 윤리를 지키면서 방송하는 것보다는 자극적인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더 쉽게 흥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 유현재 교수는 “지금은 저널리즘보다는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대로 방송한다. 토크쇼인지 언론보도인지 애매한 경우도 있다”며 “결국 모든 게 상업적 성공으로만 귀결된다. 헤게모니가 그들에게 있고, 그들이 (방송의) 장르를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가 문제다. 유튜브 방송이라고 하지만, 방송법 적용 대상은 아닌, 이런 불합리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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