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멈춰도 웨이퍼 2.2만장 버려야…1분마다 수십억 증발[삼성전자 파국 초읽기]
생산라인 정상화에도 최소 2주 소요
지난달 총궐기 때 가동률 58% 급감
회복세 보이던 파운드리에도 찬물
반도체수출 10% 줄면 GDP 0.8%↓
삼성전자 시총 코스피의 25% 달해
개별기업 넘어 韓경제 파장 불가피

“공장 가동이 단 하루만 멈춰도 공정 중이던 원재료(웨이퍼)는 전부 폐기해야 합니다. 무너진 클린룸의 온·습도 균형을 맞추고 수율을 원래대로 끌어올려 재생산에 돌입하는 데만 최소 2주가 걸립니다. 말 그대로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초토화되는 겁니다.”
삼성전자(005930) 노조의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이 가시화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1분당 수십억 원’ ‘최대 43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피해 공포가 덮치고 있다. 단적으로 하루에 폐기되는 웨이퍼 금액만도 엄청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하루에 폐기되는 웨이퍼 수량만 2.2만 장, 금액으로 환산하면 6500억 원이 허공으로 사라질 것으로 추산한다.
반도체 라인이 멈춰 설 경우 단순히 개별 기업의 생산 차질을 넘어 전체 수출의 36%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경제와 글로벌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파업은 생산 라인이 며칠 멈추는 것 이상의 물리적 타격을 가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생산은 365일 24시간 내내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야 하는 초정밀 연속 공정이다. 팹 가동이 중단될 경우 극도로 미세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클린룸의 균형이 일거에 깨지고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들 역시 물리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일반 D램은 3개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최대 6개월이 걸리는 초정밀 공정 특성상 가동 중단 시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노조 측이 예상하는 파업 동참 인원은 5만 명 이상으로 반도체(DS) 부문 인력(약 7만 8000명)의 64%에 해당한다. 고도의 자동화가 이뤄진 라인이라도 시스템을 제어하는 필수 기술직의 공백은 치명상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파업으로 10~20%의 인력만 빠져나가도 남은 인력을 3조 2교대로 돌려 일주일가량 버티는 게 고작”이라며 “파업으로 절반 이상 인력이 빠지면 사실상 공장 가동이 즉시 중단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공장 가동 중단 시 하루 1조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2007년 기흥캠퍼스 4시간 정전(약 400억 원)이나 2018년 평택캠퍼스 30분 정전(약 500억 원) 사태와 비교하면 18일간 예고된 이번 파업의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거시경제에 닥칠 후폭풍도 거세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1~4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1104억 달러(약 164조 2752억 원)로 국가 전체 수출 비중의 36.2%를 차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하는 만큼 파업의 충격파는 국내 자본시장 전반의 위축과 경제성장률 하향 압력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신뢰 상실에 따른 ‘공급망 엑소더스’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반도체 조달 시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조가 단 하루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 지난달 23일, 반도체 평균 생산 실적은 메모리에서 18.4%, 파운드리에서 무려 58.1%나 급감했다. 개별 라인별로 보면 파운드리 S1라인은 74.3%, 메모리 15L 라인은 33.1% 생산 둔화가 발생했다. AI 수요를 업고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번 파업 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노사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영업이익의 기본 10%를 재원으로 제안하고 반도체 부문 실적 1위 달성 시 특별 포상(영업이익 12% 재원)을 공통·메모리에 7대3으로 배분하는 안까지 냈지만 노조는 끝내 거부했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 한도 폐지를 고집하고 있다.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규모만 약 52조 원에 달한다. 이는 110조 원(연구개발·R&D 약 40조 원, 설비 7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올해 삼성전자의 R&D 및 설비 투자 재원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밖에 없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생산 차질로 고객사와의 계약을 지키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국내외에서 추정하는 40조 원의 손실 규모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향후 사태의 향방은 법원과 정부, 노조의 입장 변화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원지법에서는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진행 중으로 파업 예정일인 21일 이전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파업 동력이 일부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중노위의 추가 사후조정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노조 측은 “파업 종료 시까지 사측과의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국가 경제를 고려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가 30일간 즉각 중단되고 강제 조정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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