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도 결렬…총파업 일주일 앞두고 멈춰 선 협상시계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 중재로 이뤄진 마라톤 성과급 협상에서도 간극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총파업 예고일(21일)까지 일주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사후조정마저 결렬되면서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막판 추가 중재 여지가 남아있지만, 성과급 제도화에 관한 양측 입장차가 워낙 첨예한 탓에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노사는 13일 새벽까지 이틀 넘게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협상 결렬에 이른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과 규모와 제도화 문제였다.
노조는 현행 연봉 50%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협상 과정에서는 영업이익의 13~14%까지 낮추되 초과이익성과급(OPI) 주식 보상 제도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중노위가 마련한 조정안은 반도체(DS) 부문의 경우에만 실적 국내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2% 규모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했고, 기존 OPI 산정식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을 유지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새벽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하면서 “조정안이 노조 요구보다 퇴보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노위와 회사 측은 공식적인 조정안이 제시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성과급 체계를 개편해 경쟁사보다 높은 성과급 지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던 노조 입장과, 기존 성과급 체계를 바꾸는 대신 실적과 연동되는 특별포상 등을 제공하는 식의 유연성을 남겨두려는 사측 입장이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에서 “노조는 경영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 예고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파업이 일어나면 2024년에 이어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다. 최 위원장은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4만1000명이며, 사측의 협상 태도를 보면 5만명까지도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00여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들을 거느린 삼성전자의 총파업은 산업 생태계 차원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미 고객사인 빅테크 일부는 삼성전에 파업 가능성과 관련 공급 차질 여부를 문의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장기화 시에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과 대외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파업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측이 제기한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날 2차 심문을 마무리한 수원지법은 총파업 예정일 하루 전까지는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가처분 인용 또는 기각 여부가 파업 규모·범위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 위원장은 “정당하게 파업권을 얻은 만큼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며 “협박이나 폭행 같은 것은 전혀 없을 거고 사무실 점거 외 라인 시설에 대한 점거 역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개시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정부의 추가 중재나 노사 간 물밑 협상으로 극적 타결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4년 7월 첫 파업 당시에도 사후조정이 결렬됐지만 이후 노사 간 자율교섭을 재개해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노조는 “파업 종료까지 회사와 추가적인 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회사가 전향적인 안을 가져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도 이날 입장문에서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노사 간 대화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 나오는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에도 아직 선을 긋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이날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엑스에 글을 올려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는 여타 업종·직군에서도 나타나는 성과급 등을 둘러싼 ‘보상 갈등’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속에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자,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급 액수와 제도 미비에 불만을 느낀 직원들이 조직화에 나섰다. 이후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다른 업계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파격적인 결정에서 촉발된 성과급 이슈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계기로 폭발한 상황”이라며 “올해 재계의 임단협 등에서 삼성전자 사례가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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