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곳곳 단일화 내홍…“정당 없는 정당 정치” 피로감

김지혜·이종섭·김정훈 기자 2026. 5. 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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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 중 탈락한 한만중(왼쪽)·강신만 예비후보가 지난달 28일 서울경찰청에서 단일화 과정에서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단일화 추진위 수사의뢰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교육감 선거가 잇따른 경선 불복과 법정 분쟁 속에 진흙탕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후보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도 실제로는 거대 양당의 대리전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제도의 모순이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당 없는 정당 정치’가 반복되는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취재를 종합하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전국 다수 지역에서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는 진보 진영에서 정근식 현 교육감, 보수 진영에서는 윤호상 한양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가 각각 단일 후보로 선출됐지만 양측 모두에서 경선 불복과 가처분 신청, 독자 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인천에서는 도성훈 현 교육감과 임병구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의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서로 ‘진보교육감’을 자처하고 있다. 경기에서도 안민석 전 국회의원과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이 단일화 과정에서 충돌한 바 있고, 충북·충남·세종·대전 등에서도 진영을 막론하고 단일화 갈등이 벌어졌다.

특히 대전과 경남에서는 ‘지지 후보 없음’과 ‘모름·무응답’을 합친 부동층 비율이 70% 안팎에 달하는 등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 무관심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차 심화하는 내홍이 현행 교육감 선거 구조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교육감 선거는 후보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법적으로 정당 공천을 금지하지만, 실제로는 ‘보수 단일 후보 대 진보 단일 후보’ 구도로 거대 양당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는 “정당 정치를 배제하면서 선거 방식만 주민 직선제를 가져온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정당은 선거에 책임 있게 개입하지 못하고, 이해관계자인 교원단체도 공식 참여가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물밑 정치와 단일화 경쟁만 반복되는 불완전한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정당이 개입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는 ‘단일화’라는 정치적 행위가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다 보니 시민사회단체와 임시 단일화 추진위원회가 주도하는 경선이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책임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탈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진영 논리가 앞서다 보니 후보 간 정책 차별성이 크지 않고, 변화를 체감할 만한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유권자의 피로를 키우고 있다. 김승호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사무국장은 “보수 진영은 ‘반전교조’, 진보 진영은 ‘반경쟁 교육’을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상징 정치만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15명이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 ‘대학서열체제 철폐’ 등을 공동 공약으로 발표한 것 역시 상징 정치의 일환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공약의 실종은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으로 이어진다. 학부모 A씨(42)는 “후보가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진보와 보수 사이의 정책 차이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투표율과 무효표 비율에서도 드러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53.2%였지만 전체 투표수 대비 무효표 비율은 4.9%에 달했다. 이는 함께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의 무효표 비율(0.86%)을 크게 웃돈다.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와 분리해 치러진 2024년 서울 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3.5%까지 떨어졌다.

뜨거운 내홍과 차가운 무관심 속에 교육감 직선제 개편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특히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짝을 지어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김 교수는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정당 정치가 개입하게 돼 지금 같은 경선 갈등과 단일화 혼란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교육감이 사실상 부시장·부지사처럼 될 가능성이 있고 교육 행정이 일반 정치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러닝메이트제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대안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재는 교육감이 임명하는 교육장(교육지원청의 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이들 교육장 가운데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 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주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기초단위 교육 문제가 선거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현행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사무국장은 “동시 선거가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교육 이슈를 정치적 진영 논리 속에 묻히게 하고 유권자 혼란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면서 “교육감 선거를 따로 치르면 오히려 후보 난립, 무관심 등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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