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처럼 우아하지만 물밑에선 ‘투잡’ 사투···동네책방 10년 ‘생존 탐구’

백승찬 기자 2026. 5.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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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평론가 한미화 ‘동네책방 지속 탐구’
전 대통령·노벨문학상 수상작가도 책방 하지만
영업이익 0.8% 현실에 ‘제로데이’도
“돈 없는 미남·미녀 배우와 사는 것 같다”
유료 책방·공유 책방 등 변화 모색
손님과 교류하고 창의적 공간 꾸리는 ‘보람’
경기 안양 뜻밖의여행. 혜화1117 제공
경북 구미 삼일문고. 혜화1117 제공

한국은 ‘전직 대통령과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책방을 하는 나라’다. 동네책방 운영이 대단히 인기 있고 멋진 일인 것 같다.

반면 책방 주인들 사이의 오랜 농담도 있다. “동네책방을 한다는 건 돈 없는 미남, 미녀 배우와 사는 것이다.”

지금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어디에 가까울까. 출판평론가 한미화의 <동네책방 지속 탐구>(혜화 1117)를 보면 동네책방은 ‘낭만’보다 ‘현실’이다. 2020년 <동네책방 생존 탐구>에 이어 6년만에 또다른 동네책방 관련 책을 낸 그를 최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한국의 오프라인 서점은 크게 대형 체인서점, 지역서점, 동네책방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가장 작은 규모의 동네책방 역사는 2011년 홍대 인근에 생긴 땡스북스를 기점으로 본다.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돼 신·구간 모든 책의 할인폭이 제한됐고, 이듬해부터 동네책방 수가 크게 늘었다. 한미화가 지켜본 10년 사이 수많은 동네책방이 문을 열고 닫았다. 이 책의 원고를 교정하던 시기에도 전남 순천의 심다가 영업 10년을 채우고 문을 닫아 원고를 고쳤다. 현재 전국의 동네책방 수는 900여 개로 추산된다.

광주 책과생활. 혜화1117
서울 서촌그책방. 혜화1117 제공

돈 되는 일일까. ‘지속가능한 적자’면 다행이다. 2024년 발표된 업종별 평균 영업이익률은 베이커리 6.3%, 카페 7.2%, 서점 0.8%다(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시장 통계보고서’). 동네책방이 주 4~5일만 문을 열고, 개점 시간도 낮 12시~오후 1시라면 책방 주인이 게으르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호수 위 백조 같다. 책방이 문을 닫은 시간에 주인은 홀로 책방 SNS를 관리하고 지원사업에 응모하고 도서관·학교 납품에 도전하고 책 주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삿짐 인부들도 무거워 가장 꺼리는 짐 중 하나인 책 상자를 낑낑대며 옮길 수도 있다. 어쩌면 책방 운영비를 대기 위해 ‘투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고생하며 문을 열어도 책방에 단 한 명의 손님도 찾아오지 않은 ‘제로데이’에 막막해지기도 한다.

한미화가 관찰한 동네책방의 변화상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유료책방’의 등장이다. 예약한 뒤 돈을 내면 일정 시간 동안 책을 둘러보거나 살 수 있다. 대체로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원래 책방은 상업성과 공공성이 교차한 곳이었다. 돈 없이도 누구나 들어와 책을 보고 사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 유료책방은 공공성을 포기한다. 한미화는 이조차 “좋다, 나쁘다 볼 문제는 아니다. 다만 책방 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본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가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자신의 최근 저서 <동네책방 지속탐구>를 소개하고 있다. 2026.05.04 /서성일 선임기자
제주 보배책방. 혜화1117 제공

책장을 크기와 형태에 따라 유료로 임대하는 ‘공유책방’도 생겼다. 다른 사람이 큐레이션한 서가를 엿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책방은 “책만 팔아서는 서점을 운영할 수 없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 어려운 일을 왜 하는 걸까. 한미화는 ‘관계’와 ‘보람’을 들었다. 책방에 오는 사람은 지식을 추구하며 호기심이 많다. 가끔 ‘진상손님’도 있겠지만, 대체로 “가장 지적이고 건강한 모습”으로 책방에 나타난다. 그는 “책을 권하는 책방지기와 이를 듣는 손님 사이엔 상업적 관계를 넘는 교류가 생기고 이 관계에서 얻는 기쁨은 굉장히 크다”고 전했다. 또 요즘 책방은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작가와의 만남 자리가 열리고,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북클럽을 조직하고, 전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주인이 자신의 기획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이 된 것이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가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자신의 최근 저서 <동네책방 지속탐구>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5.04 /서성일 선임기자

결국 관건은 ‘책읽는 문화’다.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성인의 60% 이상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는 역대 최저치였다. 한미화는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다. 검색하면 다 알려준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 문제는 없다”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책이 더 필요하다. 새로운 생각을 만나고, 자기 삶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위해서는 긴 호흡의 읽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네책방은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마을의 거실이자 사랑방’ 같은 곳이 될 수 있다. 책을 사면 좋겠지만 안 사도 된다. 책방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 자극을 받는다.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미화는 “책방 드나들면서 삶이 달라진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전했다.

술 마시기 좋은 ‘술세권’, 스타벅스 가기 좋은 ‘스세권’도 있지만 “책방 있는 동네가 좋은 동네”라는 한미화의 지론을 따르면 ‘책세권’이란 말을 지어내도 좋겠다. 한미화는 “한 지역에 사랑하는 책방이 생기면, 그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며 “삼일문고 때문에 구미에 처음 가봤고, 전주는 책방과 도서관의 도시로 기억된다. 해외 여행을 가도 책방은 쉬어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동네책방 지속 탐구> 말미에 실린 동네책방 주소목록을 참고해 다음 여행의 행선지로 참고해도 좋겠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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