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제폭력’의 굴레, 엄정한 법 집행과 사법적 단죄가 해답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분노케 하는 강력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때 연인이었던 관계에서 비롯된 '교제폭력'이 그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청주의 중심부이자 치안의 요충지인 성안길을 관할하는 경찰관으로서, 필자는 매일같이 현장에서 이 위험 천만한 '관계성 범죄'의 실상을 마주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장의 강력한 대응만으로는 이 비극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 내기에 한계가 있음을 통감한다. 이제는 경찰의 엄정한 대응을 넘어, 사법기관의 처벌강화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논해야 할 때다.
교제 폭력이 일반 폭행과 차별화 되는 이유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지, 직장, 대인관계 등 일상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폭력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집요한 스토킹이나 강력 범죄로 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남녀 간의 사랑 싸움'이나 '개인적인 다툼'으로 치부하며 관용적인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이러한 미온적인 인식은 가해자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 더 큰 범죄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경찰은 더 이상 교제 폭력을 현장에서 훈방하거나 화해를 종용하지 않는다. 성안지구대를 비롯한 모든 현장 경찰관들은 신고 접수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하고, 피해자 보호 전담경찰관과 연계해 스마트 워치 보급 및 주거지 순찰 강화 등 맟춤형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현행범인 체포 등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 가해자의 폭력 의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의 역할은 단순히 사건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살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초기에 끊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엄정함이 재판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 현재 교제 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피해자와의 합의나 '반성문'제출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법기관은 교제 폭력이 가진 '반복성'과 '보복 위험성'을 양형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단손 폭행죄가 아닌, 친밀한 관계를 악용한 배신적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해 가중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현행법상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의 허점을 악용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해 합의를 종용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입법적 보완도 시급하다.
교제 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고해도 처벌이 약할 것'이라는 불신과 이로 인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법기관이 가해자에게 엄중한 범의 심판을 내릴 때, 비로소 가해자들은 국가라는 울타리를 믿고 용기를 낼 수 있다.
성안지구대는 청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 보루로서, 앞으로도 관계성 범죄에 대한 한 치의 타협 없는 무관용 대응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 경찰의 강력한 의지와 사법기관의 엄정한 단죄, 그리고 시민들의 깨어 있는 관심이 결할 될 때,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면을 쓴 폭력은 비로소 우리곁에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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