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깐느 박’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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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가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칸영화제는 더 이상 난공불락이 아니라는 인식이 한국 영화계에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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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 영화에 칸국제영화제는 한때 접근 불가능 영역이었다. 200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이 경쟁 부문에 사상 최초로 포함되며 빗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임 감독이 ‘취화선’(2002)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첫 수상 역사를 썼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가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칸영화제는 더 이상 난공불락이 아니라는 인식이 한국 영화계에 생겨났다.
□ 정점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찍었다. 최초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숙원을 풀었다. 봉 감독은 이창동, 박찬욱 감독과 더불어 국내 영화인 중 칸영화제 단골 손님으로 꼽힌다. ‘괴물’(2006)과 ‘마더’(2009), ‘옥자’(2016) 등이 초청장을 받았다. 이 감독은 ‘밀양’(2007)으로 전도연에게 여자배우상을 안겼고, ‘시’(2010)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버닝’(2018)이 경쟁 부문에 오르기도 했다.
□ 박 감독은 단골 중에 단골이다. ‘올드보이’ 이후 ‘박쥐’(2010)로 심사위원상을, ‘헤어질 결심’(2022)으로 감독상을 가져갔다. ‘아가씨’(2016)가 경쟁 부문에 초대되기도 했다. 칸영화제에 수시로 가고 수상까지 잦으니 박 감독의 별명 중 하나가 ‘깐느 박’이다(대중은 외래어 표기법과 달리 칸을 깐느라 칭한다). 박 감독은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79회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으로도 활동한다.
□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위촉은 한국인 최초다. 신상옥(1926~2006) 감독과 배우 전도연, 송강호, 박 감독, 홍상수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을 뿐이다. 심사위원장 위촉은 세계 속 한국 영화의 위상을 상징한다. 박 감독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 등 경쟁 부문 22편의 심사를 주도한다. 그는 지난 11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상들은 50년이나 100년 동안 남을 작품들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소신이 한국 영화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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