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리포트]AI가 열쇠라면, 문을 두드리는 건 사람이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하나의 짧은 54초 쇼츠 영상 앞에서 멈추게 되었다. 국내 한 기업에서 진행하는 봉사 활동을 담은 영상으로, 생성형AI 기술을 활용해 어르신들의 빛바랜 사진을 선명한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복원해드리는 내용이었다. 백발의 어르신이 사진 속에서 젊고 생기 있던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는 순간, 눈가에 맺힌 눈물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AI가 단순히 효율과 자동화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삶의 기억을 소환하는 '돌봄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상은 끝났지만, 머릿속에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남았다. "AI 시대의 자원봉사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자원봉사는 AI와 어떻게 협력하여 시민의 일상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가"
많은 이들이 AI의 급속한 발전은 인간의 역할이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의 영역에서 AI는 위협이 아니라 가능성의 확장이다. AI는 자원봉사자가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함께 해낼 수 있는 강력한 파트너가 된다. 사진 한 장을 복원하는 기술은 AI의 몫이지만, 어르신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눈물을 닦으며 "참 멋지셨네요"라고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는 것은 결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자원봉사자만의 영역이다.
AI 시대의 자원봉사는 기술과 인간성이 따뜻하게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AI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자원봉사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섬세하고 맞춤형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AI와 자원봉사가 협력하여 그려낼 새로운 시민복지의 모습이다. AI 기술은 자원봉사 참여의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추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매칭 시스템은 봉사자의 기술과, 시간뿐만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까지 분석해 지역사회의 적재적소에 연결해준다. 번역 AI는 언어 장벽을 넘어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를 가능하게 하고, 음성 인식 기술은 청각장애인과 소통하는 봉사자에게 실시간 통역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또한, AI 챗봇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는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정서적 돌봄을 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2026년은 UN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이다. 광주의 자원봉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는 활동의 양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AI 기술을 통해 봉사의 질을 높이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지역 내 AI 기업, 대학 연구소, 시민단체와 협업하여 '광주형 AI 자원봉사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것은, 인공지능 중심 도시 광주가 마땅히 실현해야 할 가치 있고 시급한 과제다.
자원봉사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 있다. 어르신의 젊은 날을 선명하게 복원해낼 순 있지만, 그 사진을 함께 바라보며 켜켜이 쌓인 세월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원봉사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적 성취가 아니라, 곁을 내어주는 '함께 있음'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AI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온기가 더욱 소중해지는 시대다. 디지털 소외와 1인 가구의 증가, 초고령 사회의 고독과 단절이 깊어지는 이 시대에 자원봉사는 바로 그 빈자리를 메우는 온기가 되어야 한다. AI가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밝은 '눈'이 되어준다면, 자원봉사자는 그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우는 '손과 마음'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자원봉사를 향해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는가?"
54초짜리 짧은 영상이 오래도록 마음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어르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AI 기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수십 년 전 어딘가에 묻어두었던 자신의 청춘을, 누군가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 그 진심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기술은 기억을 꺼내는 '열쇠'가 되었지만, 마음의 문을 두드린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기술은 도구이고, 사람은 목적이다. 광주의 자원봉사가 AI와 손을 잡되,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시민의 삶과 숨결이 있어야 한다. 하루 1,440분 중 단 1%인 15분 남짓이라도 이웃을 위해 내어놓을 수 있다면, 그 작은 선택이 쌓여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자원봉사는 언제나 사람의 속도로, 사람의 온기로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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