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 그래도 자유롭다” 세계 최고 모터사이클 선수를 꿈꾸는 청년 김민재[스경X21th]

“오토바이에 타는 순간부터 겁은 항상 난다. 그래도 오토바이에 오르면 자유함을 느낀다.”
스포츠경향 창간 기념 인터뷰에서 만난 모터사이클 선수 김민재(18)의 말은 또래 스포츠 선수들과는 결이 달랐다. 그는 시속 수백㎞ 속도로 질주하는 공포를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그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유도 분명하게 설명했다.
김민재는 최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 아무도 성공한 적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사람들은 계속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결과로 증명해왔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지금 한국 모터사이클 역사에서 가장 낯선 길을 달리고 있는 청년이다. 누군가 이미 닦아놓은 엘리트 코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한국 선수로는 전례가 없는 국제 모터사이클 레이싱 시스템 안으로 직접 뛰어들어 스스로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경기 군포에서 태어난 김민재는 10세인 2018년 오프로드 바이크를 처음 탔다. 아버지 영향으로 시작한 바이크는 일상이 됐다. 산길과 흙먼지를 가르며 달린 소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김민재는 2023년 오프로드 바이크에서 로드레이싱으로 전향했다. 국내 KMRC 시리즈와 코리아 트로페오, AKRC컵 등에서 우승과 입상을 잇달아 기록했다.

그때부터 그의 시선은 글로벌 무대로 향했다. 김민재는 2024년 FIM 아시아 로드레이싱 챔피언십(ARRC) TVS 아시아 원메이크 챔피언십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했다. 태국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돌며 아시아 정상급 유망주들과 경쟁했다. 말레이시아 슈퍼바이크 챔피언십(MSBK) 무대에도 섰다. 2025년에 큰 역사를 썼다. 모토GP 유망주 육성 시스템 ‘이데미츠 아시아 탤런트컵(ATC)’에 한국인 최초로 진출한 것이다. ATC는 세계 최고 무대인 모토GP로 향하는 공식 육성 관문이다. 아시아 각국 최고의 유망주들이 모이는 이 무대에 한국 선수가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현재 그는 스페인 명문 팀 혼다 라글리스 소속으로 스페인 슈퍼바이크 챔피언십(ESBK) 슈퍼스톡 600 클래스에 출전하고 있다. 라글리스는 모토GP 선수들을 길러낸 팀이다. 김민재는 배기량 600㏄(미들급) 레이스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첫 라운드(4㎞×16바퀴)에서는 20여명 가운데 10위를 차지해 주위를 놀래켰다.
모터사이클 레이싱은 ‘극한 스포츠’로 불린다. 신체 능력과 정신력, 집중력이 모두 필요하다. 한시간 가까이 극한 온도 속에서 160㎏ 바이크를 자유롭게 다룰 몸이 필요하고, 엄청난 속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도 절실하다. 한 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만으로도 순위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넘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모토GP는 모든 모터사이클 선수들이 꿈꾸는 세계 최고 무대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단순히 험난하다는 것을 뛰어넘어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모터사이클 레이싱 기반 자체가 약하다. 해외 원정과 훈련, 장비, 바이크 세팅, 타이어 비용까지 모두 감당해야 한다. 김민재 역시 대부분의 커리어를 가족 지원에 의존해왔다.
김민재에게 ‘최초’라는 단어는 미사여구가 아니다. 한국인 최초 ARRC TVS 출전, 한국인 최초 ATC 진출, 한국인 최초 ESBK 출전까지 그는 한국인이 밟지 못한 영역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 누군가는 가장 먼저 출발해야 다음 세대도 따라갈 수 있다. 그 첫 번째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게 18세 청년 김민재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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