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역사의 산실, 잠실구장 ‘아듀’[스경X21th]





KBO리그 원년부터 프로야구 팬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잠실구장)이 2026시즌을 마치면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힌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잠실구장은 철거된다. 같은 자리에 2032년 개장을 목표로 돔구장이 신축된다. 그전까지 2027시즌부터 5년간 프로야구는 야구장으로 개조되는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잠실구장은 1982년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1988년 서울올림픽 야구 경기 등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열린 첫 야구 경기는 1982년 우수고교 초청 경기로, 당시 경북고 소속으로 출전했던 류중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잠실구장 1호 홈런을 때렸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개장한 잠실구장은 그 자체로 한국 야구의 역사를 상징한다. 같은 해 8월 1일 롯데-MBC(현 LG)전을 시작으로 45년째 수없이 많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다.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한국시리즈만 90경기에 달하고, 한국시리즈 최종전, 즉 우승팀이 가려진 경기도 25경기에 이른다.
LG와 두산이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을 이루는 탓에 재밌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잠실 더비’ 승리팀은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들어가고, 패배팀은 야구장 내부로 들어가 돌아가는 건 잠실만의 문화다. 이를 잘 몰랐던 박찬호가 최근 잠실 LG전 승리 후 야구장 내부 통로로 들어갔다가 다시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LG 클럽하우스가 3루 쪽, 두산이 1루 쪽에 있어서 LG 홈 경기로 잠실 더비가 열릴 때면 경기 전 선수단 대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야구선수를 꿈꾸며 잠실구장을 찾았던 기억을 안고 뛰는 선수도 많다. ‘엘린이(LG 어린이 팬)’ 출신인 LG 투수 임찬규는 “어렸을 때 처음 잠실구장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지금처럼 야구장이 붐비지 않아서 가족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야구를 봤던 기억이 큰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두린이(두산 어린이 팬)’ 출신인 두산 외야수 김민석은 “어렸을 때 부모님과 와서 야구를 봤던 기억이 많다. 그때 이후로 관중석에 앉아서 야구를 본 적이 없어서 잠실구장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좀 아쉽다”고 했다.
홈에서 센터까지 125m, 좌우 끝 펜스 거리가 100m에 달하는 잠실구장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친화 구장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외국인 타자가 “잠실구장은 메이저리그의 어떤 구장보다도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타자들은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고도 홈런을 쉽게 확신하지 못하고, 투수들은 확실히 장타 부담을 덜 느낀다. SSG 포수 이지영은 “잠실구장에선 볼 배합을 조금 더 과감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포수로서는 잠실구장이 가장 부담이 덜한 편”이라고 했다.
물론 ‘긴 역사’가 동전의 앞면이라면 그 뒷면에는 ‘열악한 시설’이 있다.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원정 라커룸은 타 구장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협소하다. 좁은 복도에 앉아 쉬는 구단 관계자들의 모습도 아직 심심찮게 보인다. “높아진 KBO리그의 인기에 비례해 선수단도, 팬들도 더 좋은 시설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말은 자연스레 선수단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 베테랑 타자는 홈플레이트에서 마운드로 이어지는 그라운드 자체가 경사져 있어 타석에 서면 투수의 공이 너무 높은 데서 꽂아 내려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구장 규모에 비해 주차 공간도 너무 좁다.
이 때문에 잠실구장에 얽힌 좋은 기억만큼이나 새로 들어설 공간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SSG 내야수 최정은 “잠실구장에서 정규시즌 우승도 해보고 한국시리즈 헹가래도 쳐봤다. 엄청난 긴장감도 느껴봤고 야구를 재밌게 즐겼던 곳도 잠실이다. 팀에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라며 “요즘 시설 좋은 구장이 많지 않나. 새로 지어지는 구장도 잘 설계돼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임찬규는 “낭만 있는 이런 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니 아쉽다. 그래도 같은 자리에 새 구장이 지어지는 만큼 이곳이 더 좋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만감이 교차하기는 야구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 잠실구장을 찾은 백현기 씨(43)는 “여기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구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평일 저녁 경기를 보러 오면 노을이 말도 안 되게 예쁘고 기분 좋은 바람도 살랑살랑 분다. 이런 낭만은 다른 데서는 못 느낀다”면서도 “날이 따뜻해지면 날벌레가 너무 많다. 조명이 켜지면 눈앞이 벌레로 꽉 찬다. 벌레가 음식에 빠지기도 한다. 선수들도 날벌레 때문에 고생하지 않나. 이 위치는 돔구장이 들어오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만난 김지운 씨(22)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접근성이 최고다. 워낙 웅장해서 잠실구장에서 보는 하늘이 정말 아름답고 상대편 응원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며 “시설은 아쉽다. 좌석이 너무 좁고 컵홀더가 아예 없는 구역도 있다. 먹거리도 요즘 야구 문화의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시대 변화에는 조금 뒤처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올 시즌 잠실구장의 마지막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늘었다. 두산은 최근 홈 경기였던 지난 10일까지 홈 12경기 연속 매진을 달성하며 잠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두산은 앞서 LG가 지난 2일까지 기록한 홈 10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넘어섰다. 올 시즌 전까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구단의 단일 시즌 최다 홈 경기 연속 매진 기록은 2012년 5월 17일부터 29일까지 두산이 기록한 8경기 연속 매진이었다.
올해 올스타전도 잠실구장에서 치러진다. 잠실 올스타전은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이었던 2022시즌 이후 4년 만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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