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환각의 낭만주의…대구시향,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무대

곽성일 기자 2026. 5. 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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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구콘서트하우스서 제525회 정기연주회 개최
처치벨 첫 본격 활용…몰입형 음향 드라마 구현
▲ 대구시향 제525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사랑은 언제 집착이 되고, 집착은 어떻게 광기로 변해가는가.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낭만주의 음악의 극단적 감정 세계를 담아낸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대구시향은 오는 22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제525회 정기연주회 :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을 개최한다. 지휘는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백진현이 맡는다.

이번 공연은 협연 없이 오롯이 관현악만으로 무대를 채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중심으로 낭만주의 음악이 품고 있는 사랑과 집착, 환각과 광기의 정서를 밀도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공연 1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이 연주된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사랑과 갈등, 비극적 결말을 서정성과 격정이 교차하는 관현악으로 그려낸다. 로렌스 신부를 상징하는 장중한 서주와 두 가문의 충돌을 묘사한 격렬한 선율, 그리고 잉글리시 호른과 현악기가 들려주는 사랑의 주제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이어지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이번 무대의 핵심이다. 이 작품은 작곡가 자신의 자전적 감정에서 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베를리오즈는 1827년 파리에서 공연된 '햄릿' 무대에서 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을 본 뒤 강렬한 사랑에 빠졌지만, 그의 감정은 끝내 일방적인 열정으로 남았다.

해소되지 못한 사랑은 음악 속에서 점차 집착과 환각으로 변모한다. 베를리오즈는 이를 다섯 개 악장으로 구성된 거대한 기악 드라마로 형상화했다.

▲ 대구시향 제525회 정기연주회에 사용될 종(처치벨) 제작 모습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장치는 '고정악상(idée fixe)'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상징하는 하나의 선율이 각 악장에서 반복되며 형태를 바꾸고, 결국 광기의 이미지 속으로 왜곡된다. 낭만주의 시대 음악이 인간 감정의 심연까지 밀고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악장 '꿈, 열정'은 불안과 동경이 뒤섞인 내면에서 시작해 사랑을 만난 순간의 격정으로 치닫는다. 2악장 '무도회'에서는 화려한 춤곡 속에서도 연인의 환영이 끊임없이 떠오르며 집착의 기운을 드러낸다.

3악장 '들판의 풍경'은 목가적 평온 속에서도 불길한 예감을 남긴다. 이어지는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에서는 환각 속에서 자신이 처형당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행진곡 리듬 위로 마지막 순간 등장하는 '고정악상'은 단두대의 낙하와 함께 abruptly 끊어지며 강렬한 충격을 남긴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마지막 5악장 '마녀들의 밤의 꿈'이다. 죽음과 조롱, 광기가 혼재된 이 장면에서 대구시향은 지난해 말 제작한 C조와 G조의 처치벨을 처음 본격적으로 활용한다.

두 개의 종이 서로 다른 음높이로 울려 퍼지며 만들어내는 깊은 공명과 잔향은 장례 의식 같은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중세 성가 '진노의 날' 선율까지 겹쳐지면서 극적인 음향 공간이 형성된다.

대구시향은 이번 무대에서 처치벨의 금속성 울림이 그랜드홀 전체를 감싸도록 배치해 관객들이 음악 속 환각의 세계 한가운데 들어선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환상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의 모든 역량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라며 "극단적인 음향 대비와 빠른 전환, 정교한 앙상블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은 협연 없이 관현악만으로 표현의 극한을 보여주는 무대"라며 "처치벨을 비롯한 다양한 음향을 통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선명한 음악적 장면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향 <제525회 정기연주회 :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은 R석 3만원, S석 1만6천원, H석 1만원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와 놀(NOL)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