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첫 GPU AI데이터센터…경북, ‘AI 인프라 허브’ 시동
수랭식 냉각 도입…국내 최대 AI단지 확장 추진

수도권에 집중됐던 국내 데이터센터 지형이 경북 동해안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포항에 들어서는 GPU (Graphics Processing Unit·그래픽 처리 장치)기반 AI전용 데이터센터가 인허가와 투자유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내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본격 추진되면서다.
13일 경북도와 사업 관계자 등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 일원 10만㎡ 부지에 5500억 원 규모의 AI데이터센터가 조성된다. 사업 규모는 40MW급으로, 비수도권 AI데이터센터 가운데 상업운전 시점이 가장 빠른 수준으로 평가된다.
사업 관계자는 "건축허가를 포함한 인허가 절차는 지난 2월 완료됐고 최근 투자자 모집도 마무리됐다"며 "다음달 착공 후 내년 9월 준공, 같은 해 10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GPU 기반 AI 연산 전용 데이터센터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대규모 연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AI 학습과 추론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포항 데이터센터가 향후 국내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쟁 사업보다 2~3년 빠른 추진 속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비수도권에서 최근 발표된 AI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상당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반면 포항 사업은 전력 확보와 금융 조달, 수요 확보까지 상당 부분 진척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공공 AI 인프라가 본격 확대되기 전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사업 시행사 측은 빠른 추진 배경으로 고효율 설계와 비용 절감 구조, 안정적 전력 인프라, 정책금융 연계 등을 꼽았다. 프로젝트 주관사인 AI 팩토리 포항 PFV 김철승 대표는 "전력 인프라와 토지비용 경쟁력을 확보했고 리드 투자자와 정책금융 연계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성도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이 사업의 목표 전력사용효율(PUE)은 1.25 수준이다. 데이터센터의 PUE는 전체 전력 사용량을 IT장비 사용 전력량으로 나눈 수치로 1.0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다. 글로벌 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데이터센터 평균 PUE는 1.56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신축되는 AI데이터센터 목표치가 통상 1.2~1.4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포항 사업이 상위권 효율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수랭식 냉각 기술과 전력 최적화 설계가 도입된다. 사업 관계자는 "국내 최초 수준의 수냉식 전용 AI데이터센터 구조를 적용해 전력 소비와 운영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입지 경쟁력도 사업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도권보다 저렴한 부지 비용과 단층 구조 설계를 통해 초기 투자비용을 낮췄고, 향후 전기요금 차등제가 시행될 경우 운영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대비 최대 20% 이상 전력비 절감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비용 경쟁력은 조기 수요 확보로 이어졌다. 국내 대형 클라우드 기업으로부터 전체 용량의 절반 수준에 대한 수요 확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성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투자 유치도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사인 포레스트 파트너스는 약 1200억 원 규모의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포레스트 파트너스 측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AI 연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공은 국내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 상위권인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달 중 세부 설계와 금융 종결 절차를 마무리한 뒤 착공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책금융 연계도 사업 추진에 힘을 보탰다. 경북도는 사업 초기부터 지역활성화투자펀드와 국민성장펀드 활용 방안을 안내했고, 경제혁신추진단과 지역활성화투자개발원(IRR)이 투자 구조 설계를 지원했다. 앞서 구미 청년드림타워와 경주 강동수소연료전지 사업 등에도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연계해 총 1조 원 규모 자본을 유치한 바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데이터센터 건립을 넘어 동해안 산업지형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전력자립도가 높은 경북 동해안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찾는 AI 산업벨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기요금 차등제와 정책금융 연계 등을 통해 지역 미래산업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네오AI클라우드는 후속 사업도 추진 중이다. 현재 2조 원 규모의 2단계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260MW 규모 전력영향평가를 한국전력에 접수한 상태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전체 사업 규모는 300MW급으로 확대돼 국내 최대 AI데이터센터 단지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