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우의 정치眼] 지방의회 존재감과 PR

손연우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정치학 박사 2026. 5. 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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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우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정치학 박사

선거(選擧)의 시간이 왔다. 말 그대로 우리 대표를 직접 선택해 정치무대로 올려주어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재보선 규모가 커지면서 그쪽으로 뉴스가 쏠리고 있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그리고 지방의회 의원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과 교육감은 누구를 뽑는지 비교적 분명히 인식하고 투표장에 간다. 그러나 지방의원에 대한 투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후보자에 대한 몇 줄 정보만으로 한 표를 행사하는 답답함도 있지만, 그 전에 지방의회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막연하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의회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다가 외유성 출장이나 공천 거래 의혹 같은 부정적 뉴스가 터질 때야 주목받는다. 시민으로서 지방의회의 필요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 구의회 폐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소통)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PR(public relations)이다. 흔히 홍보라고 생각하지만 영어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공적 관계'라는 의미에 가깝다. 즉 기관이 시민에게 자신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꾸준히 설명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활동을 말한다. 가령 지방정부는 지역의 변화를 알리고, 경찰은 범죄 예방 콘텐츠를 만들며, 국세청은 탈세 예방 캠페인을 통해 기관의 역할을 알린다. 그런데 유독 지방의회는 PR에 소극적이다.

사실 지방의회는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중앙정부와 국회가 상위법을 만든다면 지방의회는 지역의 세부 사안을 규율하는 조례를 만들고 지역 예산을 심의한다. 지역 교통 정책, 동네 개발 방식, 심지어 장례 관련 규정까지 우리 일상과 맞닿은 정책들이 지방의회에서 만들어져 삶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의회는 집행 권력인 지방자치단체장이 적법하게 일하는지를 감사·조사하는 일도 한다. 지방의회가 없으면 정쟁이 사라지고 효율적 행정만 남을 것 같지만 실상은 견제 장치 없는 권력 기관만 남는 셈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물론 지방의회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다만 구조적인 면을 짚자면, 현행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국 지방 행정부 수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동시에 뽑는다. 행정부와 의회가 같은 날, 같은 민심에서 선출되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을 분리해 두 권력 간 중간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설계한 중앙 정치와 다르다.

지방의회도 PR의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지역 소식지 등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창구들이 시민에게 지방의회의 역할과 활동을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기보다,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관계자가 필요한 내용을 찾기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국회와 달리 지방의회는 우리 삶에 밀착해 있는 정치의 장이다. 평상시에 긴 호흡으로 시민에게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와 왜 필요한지를 알리는 일, PR이 필요하다. 몇 해 동안 충주시 공무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화제가 됐다. 딱딱할 수 있는 시정 정보를 재치 있게 풀어내며 많은 구독자를 모은 이 채널은, 공적 기관도 시민과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정치가 가장 멀게 느껴지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지방의회 PR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