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각국 호르무즈에 속속 집결… 해협 개방 국제공조 이뤄지나

이규화 2026. 5. 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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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프랑스 이어 호르무즈에 전투기 드론 군함 파견키로
日, 호르무즈 회의 참여 결정… "군사임무 예단 안 해"
리투아니아 나토 회원국 중 처음으로 호르무즈 파병 결정
安국방 "호르무즈 기여 방안 검토"… 선박 피격 대응 필요
美국무부 "중국과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반대 합의" 발표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상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을 위해 동맹국과 우방국들을 상대로 국제공조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 일본, 리투아니아 등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관련 회의와 군사 지원 논의에 참여하면서 다국적 대응 체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방작전'(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도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12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을 만난 후 "호르무즈 해협 관련 '단계적 기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3일에는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호르무즈 관련, 미국의 해양자유구상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혀 미국의 요청에 한발 다가선 모양새다.

다만 각국은 여전히 미국의 대이란 군사 압박 전략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안전한 통행'이라는 국제 원칙을 중심으로 제한적 참여를 검토하는 분위기여서 실제 국제 공조 작전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BBC 등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12일(현지시간)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주최한 40개국 국방장관 화상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항행 안전 확보를 위해 첨단 기뢰탐지 장비와 정찰용 전투기, 드론 전력 등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자동 기뢰탐지 시스템과 드론 보트 '크라켄'을 운용할 수 있는 장비를 비롯해 타이푼 전투기, 해군 지원함 RFA 라임베이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앞서 영국은 구축함을 중동 수역으로 배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힐리 장관은 "동맹국들과 함께하는 이 다국적 임무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임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역시 앞서 샤를 드골 항공모함 전단을 지중해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홍해·아덴만 지역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으로 이동시켰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이 요구한 '대이란 군함 파견' 요청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국제해협의 안전 항행 회복을 명분으로 하는 다국적 논의를 적극 주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군사행동에 직접 편승하는 모습을 피하면서도 국제 해상 질서 유지에 기여하려는 절충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도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관련 회의에 참여하며 신중한 태도 속에 국제 공조 논의에 발을 들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13일 열린 온라인 회의에서 자위대 파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란 간 정전 합의와 이란 측과의 의사소통, 군사적 위협 감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미국과도 제대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맹 조율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군사 임무 참가를 예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는 현재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하되 법률 범위 안에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는 보다 적극적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이미 정전 이후 기뢰 제거를 위한 자위대 소해함 파견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자위대법 역시 정전 이후 기뢰 제거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 항로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가 국가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는 의외로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다. BNS통신 등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국가방위위원회는 11일 호르무즈 해협 국제 해상안보 작전에 참여하기 위한 파병안을 승인했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실은 군인과 민간 인력 최대 40명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미국 측에 후방 지원과 군사 인프라 제공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행될 경우 나토 회원국 가운데 호르무즈 작전 참여를 공식화한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로베르타스 카우나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기뢰 제거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투아니아와 발트 3국은 군 규모는 작지만 소해 전력은 비교적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 계획을 밝힌 뒤 발트 국가들이 미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리투아니아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국 역시 호르무즈 문제에서 더 이상 비켜서 있기 어려운 상황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한국 선박 HHM 나무호가 외부 공격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격 주체가 이란으로 특정될 경우 일정 수준의 대응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안 장관은 단계적 기여 방식으로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 자산 지원 등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 측에) "국제법과 국내법 절차를 준용하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실제 공격 배후가 이란으로 확인될 경우 청해부대 확대 파견이나 정보·정찰 지원 참여 등 보다 실질적 대응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까지 호르무즈 문제의 국제 공조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4월 통화에서 "어떤 국가나 조직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을 미중 정상회담 직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류펑위 대변인은 "해당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하고 방해받지 않는 항행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4~1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문제와 이란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 국가라는 점을 활용해 베이징이 테헤란에 압박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원유 수급 안정과 이란 체제 유지라는 상충된 이해관계를 동시에 안고 있어, 미국 요구에 어디까지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 상태에 빠질 경우 글로벌 경제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적어도 '통행료 부과 반대'와 '항행 안전 유지'라는 원칙에서는 미중 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현재의 국제 공조 움직임은 일단 미국의 대이란 군사 압박에 서방 각국이 본격 참여하기보다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이라는 국제질서에 공감하고 이란에 메시지를 발신하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군사력 전개, 일본의 국제공조 회의 참여, 리투아니아의 파병 결정, 한국의 단계적 기여 검토, 미중 간 통행료 부과 반대 합의까지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문제를 둘러싼 국제공조의 틀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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