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치매 환자 왜 배회하고 의심할까…가족이 알아야 할 대응법

황교진 기자 2026. 5.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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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치매 생태계 세미나서 실전형 돌봄 기술 공유
배회·망상·환각 대응법부터 가족 소진 문제까지
이성희 한국치매가족협회 회장 발표의 제11회 치매 생태계 세미나 포스터 / 내마음은콩밭

12일, 온라인상에서 열린 제11회 치매 생태계 세미나는 돌봄리빙랩네트워크, D-LAB, 나우(NOW), 에자이코리아, 내마음은콩밭 등이 함께 참여해 진행하는 연속 세미나로, 이번 회차는 '실전형 돌봄 기술: BPSD(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대응'을 주제로 진행됐다. 

치매 생태계 세미나는 치매를 의료·요양의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문제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이어지고 있는 연속 세미나다. 치매 가족, 의료·돌봄 현장 종사자,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해 실제 돌봄 경험과 정책, 지역 기반 실천 사례 등을 공유하는 자리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11회는 77명이 참가했다.

발표자인 이성희 한국치매가족협회 회장은 국내 치매 가족운동 초기부터 활동해 온 인물이다. 이 회장은 과거 치매를 '노망'이라 부르며 숨기던 시절, "치매는 숨겨야 할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 뇌의 질환"이라는 인식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30여 년간 가족 상담과 인식 개선 활동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 서울 송파구 청암노인요양원을 운영하며 정책과 현장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전형 돌봄 기술: BPSD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발표는, 실제 가족 돌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행동·심리 증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배회, 망상, 환각, 수면장애, 저녁증후군(Sundowning Syndrome), 따라다님, 돌발행동 등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증상별 원인과 대처 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발표 목차를 설명하는 이성희 한국치매가족협회 회장 / 디멘시아뉴스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과 태도"

이 회장은 먼저 치매 환자를 이해하기 위한 '9대 법칙'을 설명했다. 기억장애의 역행성,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특성,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 정상적인 모습과 치매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특성, 감정이 오래 남는 특징, 한 번 고집하면 쉽게 바뀌지 않는 완고함, 보호자의 감정을 반영하는 작용·반작용, 증상의 예측 가능성, 일반인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쇠약 등을 치매 이해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치매 환자의 기억장애를 단순 건망증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억부터 무너지고 오래된 기억이 상대적으로 남는 '역행성 기억장애'가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강조한 것은 '감정 잔존의 법칙'이다. 치매 환자는 대화 내용을 잊어도 그때 느낀 감정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호자의 말투와 표정,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 회장은 "치매 환자는 돌봄자의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보호자가 불안하거나 화가 나 있으면 환자 역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서 보호자의 안정과 쉼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가장 잘해주는 가족에게 가장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그것을 사랑의 부정이 아니라 의존과 불안의 표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실을 설득하려 하지 말라"

이 회장은 "치매 환자의 만들어진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할 때 "여기가 집"이라고 현실을 강하게 교정하면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에게는 현재 공간이 낯설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 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틀린 말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은 이날 세미나 전체를 관통했다. 문제 행동 자체보다 왜 그런 행동이 나오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핵심이다.

배회, "나가고 싶어서"만이 아니다

세미나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다룬 부분은 BPSD 대응이다. 치매의 대표적 증상인 배회의 원인으로 스트레스, 목적 상실감, 불안, 익숙하지 않은 환경, 뇌 기능 저하 등이 제시됐다. 이 회장은 "배회는 치매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단순한 외출 욕구만이 아니라 불안과 혼란의 표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응 방법으로는 ▲공복감과 불쾌감 줄이기 ▲함께 걷기 ▲산책 공간 확보 ▲이름표와 연락처 준비 ▲지역사회 협력 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특히 일본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처럼 지역 주민과 경찰, 상점 등이 함께 참여하는 '배회 대응 모의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심과 망상, "왜 또 그래요?"보다 "같이 찾아봐요"

"누가 내 돈을 훔쳐 갔다"는 의심 증상 역시 달라진 성격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런 증상 앞에서 "왜 자꾸 의심하느냐"고 야단치기보다 함께 찾아주는 태도가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환각, "그 사람에게는 실제 경험"

치매 증상에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이 보이는 '환시', 누군가의 목소리나 소리가 들리는 '환청',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나 누가 만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는 '환촉' 등의 환각이 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증상을 '틀린 말'이나 '이상 행동'으로 반박하기보다, 환자에게는 실제 경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매 환자에서는 시력·청력 저하와 인지 기능 변화가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 회장은 환각 증상을 부정하기보다 "무섭겠네요", "제가 같이 있어 드릴게요" 같은 반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매 환자의 환각은 다양한 감각·인지 기능 변화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돌발 행동,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하지 말라"

치매 환자가 돌발적 행동을 하는 상황이 있다. ▲동시 질문 ▲큰 소리와 강한 빛 ▲낯선 사람 ▲TV와 현실 혼동 ▲성급한 대응 등이 원인이다. 보호자가 여러 질문을 한 번에 던지는 상황이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질문을 단순하게 하기, 환자가 결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돕기, 천천히 설명하기, 억지로 제압하지 않기 같은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11회 치매 생태계 세미나 온라인으로 참석자 단체 사진 / 내마음은콩밭

"환자는 언어보다 비언어를 더 느낀다"

이 회장은 치매 환자와의 소통 원칙으로 "비언어적 태도로 대한다", "노인의 페이스에 맞춘다", "정보는 간단히 전달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발표를 마치고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왜 비언어적 태도가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치매 환자는 언어 표현이 어려워지고, 보호자 역시 환자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손을 잡거나 안아주고, 글이나 그림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답했다.

"치매 가족도 보호받아야 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보호자의 고립 문제도 거론됐다. 광주광역시 광역치매센터 관계자는 "치매 가족 자조모임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며, 낮 참여의 어려움 등 가족들의 현실적 부담을 이야기했다. 온라인 자조모임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가족 상담은 경험자가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한국치매가족협회에서는 환자를 떠나보낸 가족들이 상담 교육을 받고 다른 가족들을 돕는 구조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자와 가족이 함께 모이는 형태는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며, 환자가 없는 자리에서 가족들끼리 감정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별도 공간과 리더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는 인권과 삶의 문제"

세미나 후반에 국제 치매 단체인 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ADI)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ADI가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하며 치매를 단순 의료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사회적 돌봄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치매 당사자들이 직접 위원회 활동과 정책 제안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의 당사자 모임도 생활 정보 공유에서 출발해 지역 운동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치매 환자를 보호의 대상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의 시민으로 바라보는 흐름과 연결된다.

"돌봄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

세미나 후반부에서 한 보호자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면 결국 가족이 먼저 무너진다. 어떻게 버텨야 하나."

이 회장은 요양원 입소 상담 과정의 사례를 소개했다. 어떤 어르신은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집으로 모시겠다"는 가족의 말만으로도 안심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퇴소 여부와 별개로,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감각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자들 역시 사회 안에 돌봄을 맡길 수 있는 공간과 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치매 돌봄의 핵심이 관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문제 행동처럼 보이는 모습 뒤에는 설명되지 못한 불안과 혼란이 존재할 수 있으며, 가족 역시 혼자 견디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지지해야 할 돌봄 당사자라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강조됐다. 

또한 치매 환자를 보호자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당사자의 불안과 혼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배회·망상·환각·수면장애 같은 증상을 단순한 문제 행동으로 보기보다, 왜 그런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이해하고 상황별 대응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실제 돌봄의 부담과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세미나는 치매 돌봄이 결국 "환자를 관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낯설고 불안한 세계 안에 들어간 한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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