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3년 만에 최고…원인은 유가 상승과 ‘칩플레이션’

김상범 기자 2026. 5. 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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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PC, 노트북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따른 반도체 제품 가격 급등,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관련 품목의 물가지수가 6년 만에 2배 가까이 오르는 등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12일(현지시간) 4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간 기준 CPI 상승률로는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또한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2%)를 크게 웃돌았다.

주요 원인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뛰었고, 휘발유와 운송비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빠르게 반영됐다.

동시에 또 다른 물가 압력의 원인으로 ‘칩플레이션’이 지목됐다. 반도체(칩)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반도체 부품 가격 인상이 유발한 각종 전자제품 등의 인플레이션을 일컫는 단어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그 여파가 소비재 가격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관련 가격 상승 압력이 지난 1년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연간 인플레이션에 약 0.3%포인트, 근원 CPI에 약 0.1%포인트를 이미 추가했다”고 추정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반도체 부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자제품 가격 인상 등에만 머물지 않고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단기적으로 볼 때, AI 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지출과 수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동발 위기가 반도체 관련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제조는 전력 집약적 공정이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비용에 반영된다. 칩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의 현물 가격도 중동 공급망 차질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PIMCO)에 따르면 일부 아시아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헬륨 재고는 6개월 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통계를 보면 4월 컴퓨터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111.70으로 전년 동월(93.58)보다 19.4%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00달러로 전월(13.00달러)에 비해 23.1% 올랐다.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PMP)의 물가지수는 4월 129.25로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고, ‘저장장치’ 지수는 197.48로 전년 동월(144.31) 대비 36.8%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삼는 지수가 197을 넘었다는 것은 6년 새 관련 품목 물가가 2배 가까이 뛰었다는 의미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중동 전쟁발 LNG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향후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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