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의 다음 승부처 ‘도시 탄소 MRV와 디지털트윈 플랫폼’ [기고]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2026. 5. 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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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보스턴에서 클리마테크(ClimaTech)가 열렸다.

결국 도시 탄소 MRV는 워크플로우 인텔리전스와 공간 인텔리전스가 결합된 플랫폼이어야 한다.

AI 시대의 운영체제이자, 디지털트윈의 토대이며, 도시 탄소중립 MRV의 기반 인프라다.

도시 탄소 데이터를 검증 가능한 기후행동으로 바꾸는 디지털 운영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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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보스턴에서 클리마테크(ClimaTech)가 열렸다. 클리마테크는 보스턴 클라이밋 위크(5월 3~10일)의 플래그십 행사로, 미셸 우(Michelle Wu) 시장과 모라 힐리(Maura Healey)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직접 참석했고 100여 개 부대 행사에 5000명 이상이 모였다. 필자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원장 김혜애)의 '경기도 유망 기후테크 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과 가온아이(대표 조창제)의 지원을 통해 이 자리에 참가했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의 빈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그보다 앞에 있었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연결되며, 누가 검증할 수 있는가"였다. 기후테크의 다음 경쟁력은 화려한 AI 모델 하나가 아니라, 도시와 기업의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하고 운영 가능한 의사결정 체계로 바꾸는 플랫폼 역량에서 나온다.

이번 행사에는 에너지 절감, 비료, 탄소저감, 모빌리티, 순환경제,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술 기업들이 참여했다. 많은 기술이 특정 분야의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도시 전체를 하나의 운영 단위로 보고, 탄소 데이터를 수집·분석·시뮬레이션·실행·보고·검증까지 연결하려는 접근은 흔하지 않았다. 필자가 가온아이(조창제 대표)와 함께 발표한 AI 기반 도시 탄소 MRV 플랫폼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당초 소규모 세션에 배정됐던 우리 발표는 청중 반응을 본 주최 측과 진흥원의 배려로 메인 행사장에서 한 차례 더 진행됐고, 미국·유럽·중남미의 도시 정책 담당자와 기후테크 투자자들의 후속 미팅 요청이 이어졌다.

MRV는 측정(Measure), 보고(Report), 검증(Verify)을 뜻한다. 지금까지 많은 탄소 시스템은 배출량을 계산하거나 지도로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탄소지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도는 "문제가 어디 있는가"를 보여줄 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도시가 실제로 필요한 것은 탄소지도가 아니라 탄소 운영체계다. 건물, 도로, 공원, 항만, 산업단지, 공공시설, 녹지, 수변공간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고, 어느 곳에 먼저 투자할지, 어떤 사업이 더 효과적인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핵심 기술은 세 가지다. 첫째는 디지털트윈이다. 디지털트윈은 도시를 단순히 3차원으로 멋지게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다. 현실 공간의 건물, 필지, 도로, 녹지, 에너지 사용, 이동 흐름을 데이터 구조 안에 담아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기술이다. 탄소중립 관점에서 디지털트윈은 도시의 배출원과 흡수원을 연결하는 운영 레이어가 된다.

둘째는 공간정보 기반 데이터 통합이다. 탄소 데이터는 한곳에 있지 않다. 건물 에너지 데이터는 건물 부서에, 교통 데이터는 교통 부서에, 녹지 데이터는 공원 부서에, 산업단지 데이터는 또 다른 기관에 흩어져 있다. IT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전형적인 데이터 사일로 문제다. 도시 탄소 MRV 플랫폼은 이 데이터를 위치 기반으로 연결해야 한다. 행정구역 단위의 거친 통계가 아니라, 필지·건물·도로·녹지 단위의 실행 가능한 데이터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는 AI 보조 분석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를 과장하지 않는 것이다. AI가 탄소중립을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AI는 위성영상과 드론 데이터를 보정하고, 식생 변화를 탐지하고, 이상값을 찾아내고, 보고서 작성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의 판단을 대체하는 만능 엔진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과 처리 효율을 높이는 보조 레이어로 봐야 한다. 기후테크에서 신뢰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명할 수 없는 AI보다, 검증 가능한 AI가 더 중요하다.
보스턴에서 열린 클리마테크에서 발표하는 모습 / 김인현 제공

보스턴에서 느낀 또 하나의 변화는 기후테크가 더 이상 환경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시장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센서, 위성, 드론, AI, 데이터 거버넌스가 결합되는 종합 IT 산업이 되고 있다. 특히 도시 단위 MRV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워크플로우 플랫폼의 성격을 갖는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담당자가 사업을 등록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결과를 보고하고, 검증 자료를 남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온아이의 SaaS·업무 플랫폼 역량과 한국공간정보통신의 공간정보·디지털트윈 기술을 결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소중립 플랫폼은 지도 엔진만으로 되지 않는다. 업무 흐름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업무 플랫폼만으로도 부족하다. 기후행동은 실제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건물 한 동, 옥상 하나, 공원 하나, 도로 한 구간이 모두 실행 단위가 된다. 결국 도시 탄소 MRV는 워크플로우 인텔리전스와 공간 인텔리전스가 결합된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세계는 조용한 '디지털 지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화웨이, 바이두 등 자율주행과 AI를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가 모두 고정밀 지도와 공간정보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디지털 지도는 더 이상 길 찾기 도구가 아니다. AI 시대의 운영체제이자, 디지털트윈의 토대이며, 도시 탄소중립 MRV의 기반 인프라다. 지도를 가진 자가 도시를 시뮬레이션하고, 도시를 시뮬레이션하는 자가 탄소를 검증한다. 자국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 논쟁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지도 주권'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아직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같은 공간정보가 AI 학습 데이터, 디지털트윈 기반 자산, 탄소 MRV 검증 인프라라는 세 가지 전략적 가치를 동시에 갖는다는 점을 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경기도 유망 기후테크 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과 가온아이의 지원으로 클리마테크 2026에 참여했다. 클리마테크는 보스턴 클라이밋 위크(5월 3~10일)의 플래그십 행사로 마련됐다. / 김인현 제공

앞으로 기후테크의 승부는 누가 더 좋은 슬로건을 내세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운영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탄소중립은 보고서 작성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다. 그리고 운영은 데이터 구조, 시스템 연결, 검증 가능한 기록,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 위에서 가능하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충분한 기반을 갖고 있다. 정밀한 주소체계, 공간정보 인프라, 공공데이터, 드론·위성 활용 역량, 높은 소프트웨어 구현 능력이 있다. 부족한 것은 이들을 하나로 엮어 글로벌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이다. 보스턴 클리마테크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었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탄소 운영 단위로 보고, 데이터를 행동과 검증으로 연결하려는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AI 시대의 기후테크는 탄소를 계산하는 기술에서 탄소를 운영하는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탄소지도가 아니다. 도시 탄소 데이터를 검증 가능한 기후행동으로 바꾸는 디지털 운영체계다. 이 영역이야말로 한국의 공간정보, 소프트웨어, AI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이며, 디지털 지도 전쟁의 다음 전선에서 우리가 방어자가 아닌 공격수로 나설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인현 대표는 한국공간정보통신(KSIC) 대표·공학박사·디지털지도전쟁 저자이다. 1993년부터 GIS 연구를 시작해 33년간 공간정보 분야에 종사했으며, 도로명주소 사업 등을 통해 중앙행정부처들과 광역지자체와 206개 지방자치단체에 GIS 솔루션을 공급한 경험이 있다. 구글 지도 반출 결정과 관련해 국토지리정보원·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직접 수행했으며 관련 문서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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