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탁 “여성성·남성성 틀 벗어나자 다양한 아티스트 보이게 됐죠” [플랫]

가수 서문탁(48)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등장과 동시에 세상에 각인됐다. 1999년 데뷔곡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이 발표됐을 때 대중은 여성 가수의 거칠고 시원한 목소리에 환호했다. 이어 발표한 ‘사슬’ ‘사미인곡’ 등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그는 한국 록신을 대표하는 보컬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중반에는 MBC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2> 출연을 계기로 더 넓은 세대에게 재조명되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27년 차를 맞은 그는 콘서트부터 예능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일 휴식차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서문탁을 화상 플랫폼 줌으로 만났다. 그는 “운 좋게 오랜 시간 활동했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음악은 다하지 못했다”며 “나이가 들면서 관리도 더 하고, 오랜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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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형’이다. 폭발적인 성량, 허스키한 음색, 샤우팅 창법 등 당시 여성 가수로는 보기 힘들었던 가창법에 데뷔 초반 ‘남자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형’이라는 별명도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그래서인지 데뷔 초반의 서문탁은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남성성’ 혹은 ‘여성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인터뷰 기사에는 “생각보다 여성스럽다”거나 “반전매력이 있다” 같은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서문탁은 “제가 통념에 맞는 ‘여성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형이라는 별명도 당시를 추억하는 것 같아 좋다”면서도 “남성성이 강하냐, 여성성이 강하냐는 질문 자체가 아티스트를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고정적인 틀 하나로 수렴하고 싶어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성별보다 ‘내가 누구인가’를 궁금해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개인에게 관대해지는 문화에 더해 SNS, 유튜브같이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진 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여성 뮤지션에게 주어지는 이미지는 한정적이었어요. 가녀리고 소녀스러운 가수들은 많았죠.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소속사, 미디어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대중 앞에 나오지 못했으니까요. 지금 아티스트들이 다양해진 건 좋은 가수가 갑자기 많아진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막혀서 보여질 수 없었던 아티스트들이 보이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니 그때는 대화를 나눌 여성 아티스트들이 없어서 외로웠었네요.”

어릴 때부터 노래라면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서문탁은 집 살림에 보탬이 되려 청소년 가요제 무대에 섰다. 고등학교 시절, 노래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학업 성적도 우수했기에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참여한 공연에서 눈에 띄어 빠르게 메이저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3년간 활동한 소속사와 정산금 문제가 불거졌고, 계약이 끝나자마자 ‘노래를 그만둘까’ 하는 고민과 함께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갑작스레 스타 대우를 받는 일이나 불합리한 연예계 구조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일본어 배워서 밥벌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떠났죠. 근데 가자마자 영화 <화산고>의 일본판 OST 참여 의뢰가 들어왔어요. 음악이 어쩌면 제 숙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는 그만두겠다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지금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오랜 기간,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을까’다. 그는 “미국에 오기 전 조용필 선배님 공연을 봤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 저렇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신체와 목소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옛날 방식만 고집했다가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 소울, 블루스를 꼽았다. “처음에 데뷔했을 때 강한 이미지를 위해 골랐던 록발라드가 제 캐릭터가 됐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젊은 친구들이 워낙 다양한 음악을 들으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활약 중인 후배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는 “다들 너무 잘하고 있어서 누구 하나를 꼽을 수조차 없다”고 했다. “다들 더 큰 시장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불후의 명곡>에서 같이 무대를 했던 밴드 카디도 해외에서 인기 얻고 활동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을 벗어나는 게 두려운 일이지만, 자기 것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라면 열린 시장에 도전하고 개성을 발산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오래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서문탁은 오는 10월 가수 전인권의 ‘제발’을 리메이크해 가요계에 돌아올 예정이다.
▼ 서현희 기자 h2@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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