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 감소에 폐원 늘어나는데... “민간어린이집 퇴로 마련 시급”

이유주 기자 2026. 5. 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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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공간 활용·급간식비는 부족 등 어려움 지적... “보육 공공성 유지 위해 국가 책임 강화 필요”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장기화한 저출생과 인구 감소, 경기 침체가 민간어린이집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원아 수 감소로 인한 운영난은 개별 기관의 경영 위기를 넘어 지역사회 보육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어린이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 곧 대한민국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남아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제도적 격차를 점검하고, 민간어린이집의 현실과 형평성에 맞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민간어린이집 지속 가능성과 미래 대응 전략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장, 고민정 의원, 서지영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맹성규 위원장, 복기왕 의원, 이종욱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권칠승 위원장, 윤건영 의원, 서범수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가 주관했다.

토론회에는 박경훈 합동법률사무소 '경현' 대표 변호사, 공병호 숙명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김혜금 동남보건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이귀애 차돌어린이집 원장, 임일산 금강숲어린이집 원장,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이정규 교육부 영유아재정과 과장, 김혜원 학부모 등이 참석해 유휴공간 활용, 시설 운영의 유연성 확대, 영아반 무상급식 도입 등을 중심으로 민간어린이집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을 논의했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간어린이집 지속 가능성과 미래 대응 전략 정책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 유휴공간 활용 제한·폐원 후 용도 변경 어려움 지적

먼저 저출생으로 원아 수가 급감하면서 민간어린이집들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지만, 폐원하거나 건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길은 지나치게 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경훈 합동법률사무소 '경현' 대표 변호사는 '민간어린이집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대응 전략 – 유휴 공간 활용 및 폐원 후 용도 변경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박 변호사는 "어린이집 건물 내 유휴공간 활용 제한, 폐원 후 건물 용도 변경의 어려움은 민간어린이집 운영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호소하는 제도적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과 건축 관련 규정은 어린이집 건물 안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을 육아종합지원센터나 다함께돌봄센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빈 공간을 근린생활시설이나 주민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특히 관리지역·농림지역 등에 위치한 어린이집은 폐원 후에도 다른 용도로 바꾸기 어려워 건물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박 변호사는 민간 운영자가 개인 재산을 투입해 공공 보육 기능을 수행해 왔는데도, 운영이 불가능해진 이후 재산권 행사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당수 운영자가 어린이집 설립 과정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폐원 이후에도 건물을 처분하지 못해 대출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치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박 변호사는 "건물 활용 등에서 유치원에 비해 과도한 제한을 받고 있어 기관 간 차별 개선을 통한 공평한 보육·교육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유보통합의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며 "제도적 균형의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치원은 건물 일부를 근린생활시설 등과 복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어린이집은 관련 규제가 더 엄격해 유휴 공간 활용이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유휴 공간에 주민 편의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 설치 허용 ▲초등 돌봄·노인복지시설 등 지역 복지시설과의 복합 운영 지원 ▲폐원 어린이집 건물의 용도 변경 기준 완화 ▲저출생으로 인한 폐원 시 취득세 추징 완화 등의 개선 방안이 제안됐다.

특히 폐원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주택·사무실·의료시설·노인복지시설 등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민간어린이집이 지금까지 공공 보육을 담당해 온 만큼, 저출생으로 인한 구조적 위기의 부담을 운영자 개인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영아 급·간식비, 교육 인프라로 접근해야"

이어 공병호 숙명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영아 급·간식비 지원체계 개편 정책 제안 – 국가 책임 강화와 교육재정 활용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공 교수는 "현재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보육료에 포함된 구조로 운영되고, 낮은 단가와 통합 구조로 인해 그 질적 수준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급식과 간식이 하나의 항목으로 묶여 있는 구조에서는 제한된 재원 안에서 간식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고, 이는 영양의 다양성과 균형을 저해하는 구조적 한계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표준보육비용 기준에서 영유아 1인당 급·간식 식재료비는 하루 약 1900원 수준이다. 점심 1회와 오전·오후 간식 2회를 모두 포함한 금액으로, 점심 비용을 제외하면 간식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하루 500~700원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과일이나 유제품, 단백질 식품 등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제공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공식품이나 탄수화물 중심 식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또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더라도 영아와 유아 간 급식 지원 체계가 다르고, 상당 부분이 지방자치단체 재정 여건에 따라 운영되면서 지역별 급식 수준 격차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영유아 급·간식 지원을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닌 '교육 인프라'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보통합은 단순히 행정적 소관을 통합하는 데 그치는 정책이 아니라, 교육과 보육 간의 질적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영유아에게 균등한 발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급·간식비는 유보통합의 성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급·간식비 지원 확대는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약 70만 명의 영아를 대상으로 하루 2000원 수준의 급·간식비를 추가 지원할 경우 연간 약 336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국가 재정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히 검토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공 교수는 "그러나 이 비용이 가져오는 효과는 매우 광범위하다. 우선 영아의 영양 상태 개선을 통해 건강 문제가 감소하고, 이는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은 인지 발달과 학습 능력 향상에 기여하며, 장기적으로 교육 성취도 향상과 사회적 생산성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양육 부담 완화와 출산·양육 환경 개선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개선 방안으로 ▲급식과 간식 항목 분리 ▲교육재정의 단계적 투입 ▲국가·교육청·지자체 공동 재원 분담 체계 구축 ▲물가 변동을 반영한 급·간식비 자동 조정 장치 도입 등을 제안했다.

◇ "국가 책임 강화·공영형 모델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민간어린이집 운영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이귀애 차돌어린이집 원장은 "폐원을 선택한 시설은 건물을 현실에 맞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처럼 노유자시설 및 토지이용 계획에 대한 구분으로 용도 변경이 막히면, 폐원 이후에도 대표자는 부채와 건물 유지 부담을 계속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저출생으로 학교법인시설의 퇴로를 인정해주듯 기능전환이 필요한 민간어린이집에도 한시적 용도변경을 해주는 등의 한시적 용도 변경 특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익성이 높은 위치의 민간어린이집은 지자체가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하여 국공립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돌봄거점센터, 주민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새로운 공공시설을 짓는 것보다 이미 조성된 어린이집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임일산 금강숲어린이집 원장은 영아 급식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원장은 "스스로 먹거리를 선택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영유아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급식은 선택적 복지가 아닌 '국가 책임의 필수 영역인 보편적 생존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만 0~2세 영아 급식비의 전면적 지원으로 유보통합 최종 단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재 발생하는 격차를 즉시 해소하기 위한 단계적 지원책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며 "법 개정 때까지 영유아특별회계 속에 급식비 항목을 별도로 신설하여 영아들의 급간식비를 별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청과 지자체가 예산 책임을 서로 떠넘기지 않도록 공동 재원 분담 모델을 구축해 명확한 분담 기준을 마련하고, 예산 상계 처리 문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재정 지원 방식의 전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는 아동 수와 등원일수에 따라 보육료가 지급되는 구조라 민간어린이집의 경영 불안이 크다는 점에서, 국가가 교사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고 운영비를 별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립학교처럼 국가 재정 지원을 강화하되 원장의 인사권과 운영 자율성은 유지하는 모델이다.

또 유보통합 과정에서 강화되는 시설 기준을 기존 어린이집에 일괄 적용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시설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재정 지원 없이 기준만 강화하면 폐원이 늘어 보육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개선 보조금이나 무이자 지원 등 국가 지원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민간어린이집의 법인화를 강제하기보다는 '공영형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했다. 법인 전환 과정에서 사유재산 문제와 경영 자율성 침해 우려가 큰 만큼, 민간 운영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운영이 어려운 시설은 국가나 지자체가 건물을 매입해 주민 편의시설로 활용하는 '공공 매입 모델'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정우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간어린이집 지속 가능성과 미래 대응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간어린이집 지속 가능성과 미래 대응 전략 정책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간어린이집 지속 가능성과 미래 대응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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