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앱결제 수수료 정책 변화, 게임업계 숨통 틔웠다
플랫폼 수수료 부담 완화, 중소 개발사 생존과 직결
에픽게임즈 소송이 만든 균열, 산업 생태계 변화로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는 오랫동안 '30% 수수료'를 당연한 비용처럼 받아들여 왔다. 구글과 애플 앱 장터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수익을 내더라도 상당 부분은 플랫폼 사업자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이 구조에 균열을 만든 계기는 에픽게임즈의 반독점 소송이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2020년 애플과 구글가 앱 내 결제를 강제하고 최대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미국 법원은 외부 결제 허용 필요성을 인정했고, 지난 6일(현지시간) 애플이 하급심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며 미국 연방대법원에 낸 요청이 기각됐다. 애플은 외부 결제를 허용한 뒤에도 최대 27% 수수료를 부과해 논란이 이어졌지만, 법원은 이를 사실상 기존 정책 유지 시도로 판단했다. 구글 역시 에픽게임즈와 합의하며 앱 장터 개방과 수수료 인하 방향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글로벌 플랫폼 정책 변화에 사실상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익 구조 변화가 실제 실적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NC는 지난해 1출시한 '아이온2'에서 자체 결제 비중이 약 80%까지 확대됐다. 기존 주요 모바일 게임들의 자체 결제 비중이 20~3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자체 결제가 늘어날수록 플랫폼 지급수수료는 감소하고, 그만큼 수익성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넷마블 역시 올해 1분기 지급수수료 감소 효과가 있었다. 매출 확대와 앱 장터 정책 변화 영향으로 지급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8.3% 줄었다. 과거에는 매출이 늘어도 플랫폼 수수료가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였다면, 비용 구조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한 셈이다.
중소 개발사는 더 큰 영향권에 있다. 대형 게임사는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자체 플랫폼 운영 역량으로 수수료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중소 개발사는 인앱 결제의 30% 수수료가 생존 자체를 흔드는 구조였다.
작년 9월 국회 토론회에서는 한 중소 게임사가 연간 인앱 결제 매출 6억4000만원 가운데 약 4억5000만원을 수수료와 등록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앱 심사 지연과 등록 거절 문제까지 겹치면서 출시 자체가 늦어지는 사례도 이어졌다.
최근 중소 게임 개발사 폐업이 늘어나는 배경에도 이런 구조적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마케팅 비용은 높아졌고, 플랫폼 수수료까지 더해지며 중소 모바일 개발사들의 지속 생존이 이어지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외부 결제 허용과 수수료 인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용자 편의성과 결제 습관을 고려하면 앱 장터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게임 장르에 따라 자체 결제 확대 효과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앱 수수료와 결제 방식이 생태계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과거에는 플랫폼 사업자가 정한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면, 이제는 수수료 경쟁과 외부 결제가 가능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콘텐츠 수출의 핵심 축이다. 동시에 수많은 중소 개발사와 인디 개발사가 산업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 인디게임 행사 '인디크래프트'는 올해 417개사가 참가 신청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게임 개발 의지와 창작 기반은 여전히 존재한단 의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런 창작 기반이 실제 생존 가능한 산업 구조로 이어지는 일이다. 에픽게임즈 소송은 단순한 해외 플랫폼 분쟁이 아니라, 국내 모바일 게임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 사건이 됐다. 30% 수수료를 전제로 굳어졌던 시장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만큼, 그 변화가 대형사 실적 개선에만 머물지 않고 중소 개발사들의 도전 기회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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