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소 어떻게 알고 로펌 홍보를”...선 넘은 변호사 수임 경쟁

이민경 기자 2026. 5. 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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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규정 위반 징계 5년 새 30배
지난 4월 서울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 붙은 변호사용 AI 및 법무법인 광고 모습. 연합뉴스

#A씨는 최근 한 로펌에서 ‘선하지(송전선이 지나는 땅)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으라’는 내용의 광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 A씨는 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자택과는 거리가 떨어진 곳에 있어 로펌이 자택 주소를 알 리 없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로펌은 A씨 등 인근 마을 주민에게 무작위로 선하지 소송 안내 광고물을 보냈다. A씨는 “로펌이 모종의 방법으로 선하지 소유주들의 자택 주소를 알아내 광고했다”며 변호사협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B법무법인은 소속 변호사가 전관 출신임을 강조하며 법복을 입은 변호사 사진과 함께 “구속영장 사건은 영장 전담 판사 출신이 직접 진행한다”는 광고를 온라인에 게시했다. 법무법인 블로그에는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 강제추행 변호사’라고 광고했고, “우리가 제일 잘한다” “소속 변호사들이 무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변호사협회는 다수의 광고 규정을 위반한 B법무법인에 대한 징계를 논의 중이다.

최근 변호사업계에 사건 수임을 위한 생계형 광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변호사협회는 ‘전관 출신’ 광고, ‘최고·1위' 등 근거 없는 순위 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변호사 시장 과열에 따른 광고 경쟁으로 규정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변호사의 광고 규정 위반 건수는 5년 전과 비교해 약 30배 늘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따르면 2021년 3건에 그쳤던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위반’ 건수는 작년 93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광고 규정 위반 건수가 과거보다 대폭 늘어 이를 논의하는 광고심사위원회의 업무도 많이 늘었다”며 “업계 내 과도한 경쟁으로 광고 경쟁도 심해졌다”고 했다.

대한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변호사 등은 승소율, 결과 예측 등 부당한 기대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광고를 할 수 없다. 공직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관임을 부각해 사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오해할 만한 광고를 해서도 안 된다. ‘보이스피싱 변호사’ 등 범죄명을 명시는 것도 금지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같은 광고 규정을 위반하는 변호사 또는 법무법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최고’ ‘유일’ 등 단어를 사용해 홍보하는 로펌은 정말 많아서 다 징계할 수도 없다”며 “수정을 요구하거나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만 전달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광고 경쟁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인 의뢰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포털 상단 노출을 위해 쏟아붓는 막대한 광고비를 회수하기 위해 법률 서비스 질 대신 ‘수임료 뽑아내기’에 집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관임을 강조하거나 ‘100% 승소 보장’ 등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면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의뢰인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작년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C씨는 막막한 마음에 포털 검색을 통해 한 대형 네트워크 로펌을 찾았다. 담당 변호사는 “기소만 되면 거액의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고, C씨는 상담 첫날 고소장 보충의견서 한 장 비용으로 1000만원을 냈다. 하지만 로펌은 이미 수사기관이 확보한 피의자 진술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실한 서류를 제출했고, 경찰에서는 불송치 결과가 나왔다. 이에 C씨는 “수임료는 부르는 게 값이냐”며 “저는 광고비 대주는 사람이었다”고 반발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건물에 입주한 변호사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업계에선 이같은 광고 경쟁의 주된 원인으로 ‘변호사 시장 포화’를 꼽는다. 대한변협에 등록된 변호사는 이날 기준 3만8571명으로 4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 등 리걸테크 발달로 법률 상담과 선임 수요가 급격하게 줄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4년 기준 1심 민사 재판 10건 중 9건(89.8%)은 당사자 중 최소 한 명이 변호사 없이 재판을 치르는 ‘나 홀로 소송’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규모 법무법인이나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 4만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광고는 물론 소셜미디어(SNS)에서 춤을 추거나 연기를 하는 등 만능재주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중소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는 공산품이 아닌데 너도나도 ‘최고’ ‘최저가’를 외치고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수임 경쟁을 위해 변호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따낸다는 게 스스로 ‘법의 수호자’라는 자격을 내팽개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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