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공세 막는다더니…다시 완화된 전기차 보조금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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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전기차 차별 논란에 한발 물러선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3일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애초 이 제도를 통해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국내 생산시설과 고용, 부품업체 협력, 사후관리 역량 등을 평가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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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전기차 차별 논란에 한발 물러선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국내 생산·고용 기여를 유도하겠다던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3일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다음달 자동차 제작사 평가를 실시한 뒤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업체 차량에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자동차 제작사 역량을 평가해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애초 이 제도를 통해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국내 생산시설과 고용, 부품업체 협력, 사후관리 역량 등을 평가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취지였다. 중국산 전기버스와 저가형 수입 전기차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 3월 공개된 초안은 발표 직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기업 신용평가등급과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국내 특허, 직영 서비스센터 구축 여부 등이 주요 평가 항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수입 전기차 업체에는 지나치게 불리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당 일각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수정 방침을 밝혔다.

기후부는 결국 최종안에서 논란이 된 항목들을 대거 손질했다. 신용평가등급 항목은 아예 삭제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국내 법인이 아닌 해외 본사 실적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서비스센터 평가도 직영망뿐 아니라 협력업체 운영망까지 포함하도록 바꿨다. 보조금 지급 기준점도 기존 80점에서 60점으로 낮췄다.
정부는 대신 평가 방식을 정량 중심으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초안은 정량평가 40점, 정성평가 60점 구조였다. 하지만 최종안은 사실상 정량평가 비중이 95% 수준이다. 평가위원 재량을 최소화하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국내 생산시설 보유 여부와 국산 부품 사용 비율, 고용 인원, 서비스센터 수 등이 대부분 수치 중심 평가로 바뀌었다.
문제는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해졌다는 점이다. 국내 생산시설이나 공급망 기여도가 크지 않은 업체도 일정 수준 점수를 확보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BYD 등 주요 수입 전기차 업체들도 무난하게 기준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당초 강조했던 “국내 산업 생태계 기여 유도”라는 정책 취지가 사실상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왜 통과 기준을 60점으로 정했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기후부는 “초기 제도인 만큼 문턱을 너무 높이면 산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초안은 가점 포함 120점 만점에 80점 기준이었다. 개정안은 가점을 없애 100점 만점 구조로 바뀌었다. 기후부는 이를 감안해 60점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결국 탈락 업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을 임의로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초안을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핵심 기준을 뒤집은 점도 논란이다. 기후부는 “평가 기준을 매년 보완·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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