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일변도 벗어나는 보험사…'수익성·자본효율' 잡으러 AI 인프라로

보험사들이 그동안 고수해 온 ‘초장기 국채 매입’ 전략에서 벗어나 자산 포트폴리오 전면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자본 부담이 커진데다 금융당국의 금리 리스크 관리 강화까지 맞물리면서, 단순히 만기를 늘리는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이제 30·50년물 국채 비중을 덜어내는 대신,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고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와 미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인프라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3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보험사 채권 듀레이션은 지난해 9월 12.5년에서 올해 5월 기준 11.4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듀레이션은 채권 만기 구조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자산 비중을 줄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장기 보험부채 특성상 초장기 국채를 대거 편입해왔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자산 만기를 길게 가져가는 전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는 보험부채 가치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자산과 부채 만기를 맞추기 위한 장기 국채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듀레이션 갭 등 금리리스크 관리 수준을 자본 규제에 반영하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보험사들의 만기 구조 조정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금리 환경 변화와 자본 효율성 부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초장기 채권의 평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K-ICS 체계에서는 장기물 보유에 따른 자본 부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들의 중단기 회사채 투자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4월 보험사의 1년 초과~3년 이하 만기 크레딧 채권 순매수 규모는 1조9000억원 수준”이라며 “보험사들이 듀레이션 축소 과정에서 초장기 국채 수요를 줄이는 대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전략도 초장기 국채 중심에서 생산적 금융·인프라 투자 영역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IFRS17과 K-ICS 체계 도입 이후 자본 효율성과 장기 수익성 확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단순 듀레이션 관리 중심 운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주요 생보사들도 생산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첨단산업·사회기반시설 중심 투자 확대와 함께 전담 조직 및 KPI 체계를 도입했고, 교보생명은 도로·철도와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030년까지 약 5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며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KB라이프도 그룹 차원의 인프라 펀드 참여를 통해 디지털·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초장기 자산 운용을 둘러싼 제약은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생보업계는 장기 보험부채 특성상 초장기 국채 중심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내 장기물 공급 한계와 자본 규제 부담 등으로 운용 전략 다변화에는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장기 보험금 지급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장기채 투자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최근에는 자본 효율성과 수익성 관리 중요성이 커진 만큼 ALM과 건전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