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독점한 희토류 공급망...“한국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5. 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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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희토류 가공 기술, 중국만 가져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전략 산업
중국이 희토류 제재하면 전면 위기
“5년 내 추격 발판 마련할 것”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희토류 가공은 우리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중국 말고는 하고 싶어도 아무도 못 합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세계 공급망 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석유 공급망이 흔들렸지만, 앞으로는 언제든지 다른 자원의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국내 산업 특성상 희토류 가공 기술을 하루라도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희토류의 산업적 중요성이 가장 높으면서 동시에 공급 불안정성은 가장 큰 국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산, 배터리 등 국가 전략 산업이 모두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희토류의 91.2%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을 제재하면 당장 국가 전략 산업이 멈출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가공·정제의 약 91%를 차지하고 있다. 희토류 자체는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만, 이 모든 자원이 중국으로 몰린다. 이러한 독점은 미국이 1980년대 환경오염과 인건비 부담 등으로 관련 기술을 중국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주요국이 희토류 가공에서 손을 뗀 반면, 중국은 40년 이상 꾸준히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권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희토류를 가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해”라고 했다. 옛날에는 환경 부담 때문에 안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하고 싶어도 기술이 없어서 못 한다는 것이다. 희토류 17종의 원소를 모두 가공할 수 있는 건 중국 뿐이고, 전략 산업에 많이 쓰이는 중희토류를 가공할 수 있는 것 역시 중국뿐이다. 권 원장은 “이 같은 오해가 정책적 오판을 만들고, 산업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희토류 가공 기술은 곧 희토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연결된다. 기술만 있으면 다른 나라의 자원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기술이 없으면 자원이 많은 개발도상국도 문호조차 열지 않기 때문이다. 정경우 지자연 자원활용연구본부장은 “최근에는 다른 나라의 자원을 탐사할 때 가공 기술을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늘날 자원은 신이나 자연이 아닌,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지자연은 올해부터 전략연구사업으로 희토류 가공을 위한 핵심장비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5년 동안 희토류 가공 기술을 확보해 중국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단 산업적 중요도가 높은 네오디늄, 프라세오디뮴 등 네 가지 원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실험실 수준에서 희토류를 골라내고 농축하는 기술은 대부분 완성돼 지금도 99% 이상으로 농축할 수 있다.

문제는 대형 플랜트 규모에서 수율을 확보하는 일이다. 경험과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고, 중국을 따라잡기 어려운 주된 원인이다. 서주범 지자연 자원회수연구센터장은 “희토류 가공은 작업자의 숙련도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고, 중국은 40년 동안 자신들의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했다”며 “그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단순 추격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을 따라잡을 방법 중 하나가 인공지능(AI)이다. AI로 중국이 수십년간 쌓아온 시간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광석에서 희토류를 골라낼 때 액체에 침전시키는 방식을 쓰는데, 그 때 나오는 기포를 AI로 분석해 최적의 온도와 시간 등의 조건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를 통해 현재 기술로는 혼합희토류를 연간 300kg 정도 처리할 수 있지만, 5년 후에는 연간 60톤까지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오염이라는 희토류 가공의 큰 제약을 넘어설 기술도 개발 중이다. 원래 희토류는 강산으로 광석을 녹이고 필요한 원소를 골라내는 방식으로 가공된다. 강산이 다른 물질을 녹이는 과정에서 각종 유해물질이 나온다. 지자연은 강산 대신 젖산 같은 천연유기물로 희토류를 가공하는 방식을 개발 중이다. 정 본부장은 “희토류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환경 문제를 해결 못하면 한계에 부딪힌다”며 “희토류 가공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위치한 선광제련 일관작업장. 지자연은 5년 내에 혼합희토류 처리량을 약 200배 높일 계획이다.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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