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정치와 예술 분리 안 돼”… 칸 심사위원장으로 밝힌 소신
한국영화 위상 변화 언급… “韓, 더 이상 영화계 변방 아냐”
나홍진·연상호·정주리 작품 칸 초청에 기대감
“편견 없이 보겠다”… 한국영화 특별대우는 부인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정치와 예술은 분리될 수 없다"며 영화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한국 영화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심사에서는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영화와 정치를 분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정치와 예술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해서 예술의 적이라고 인식돼선 안 되고, 반대로 정치적 메시지가 없다고 해서 그런 영화를 배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주장이라도 예술적으로 탁월하게 성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며 "예술적으로 잘 표현된다면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2월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영화는 정치의 반대말"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던 상황과도 맞물려 주목받았다.
박 감독은 이날 한국 영화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04년 '올드보이'로 처음 칸영화제를 찾았을 당시만 해도 정말 가끔씩만 한국 영화가 소개되는 형편이었다"며 "불과 20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국은 더 이상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됐다"며 "영화의 중심 자체가 확장돼 더 많은 나라와 다양한 영화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부문에,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주간에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 초청작들에 대해 "좋은 영화로 기대되는 작품들이 초대돼 다행"이라면서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 기준과 관련해선 "순수한 관객의 눈으로 영화를 볼 작정을 하고 왔다"며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저를 놀라게 할 영화가 무엇인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이 끝난 뒤 심사 회의를 할 때는 영화에 대한 뚜렷한 견해와 역사를 아는 전문가로서 평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심사위원장 제안을 처음 받았을 당시 "약 5분 정도 고민했다"며 "칸영화제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칸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한국 영화인이 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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