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심사위원장’ 박찬욱 “한국은 더 이상 영화계 변방 아냐”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12일(현지시간) 79회를 맞은 영화제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순수한 관객의 눈으로 영화를 볼 작정을 하고 왔습니다. 아무런 편견 없이 설레는 마음만 가지고, 나를 놀라게 할 영화가 무엇인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관람이 끝나고 나서 심사 회의를 할 때는 영화에 대한 뚜렷한 견해와 (영화의) 역사를 아는 전문가로서 평가하려고 합니다.”
이날 개막식을 앞두고 프랑스 칸에서 열린 심사위원단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이 심사에 임하는 마음을 밝혔다. 기자회견 내내 그는 한국말로 답했다. 박 감독의 양옆에는 왼쪽에 배우 데미 무어와 스텔란 스카스가드, 오른쪽으로는 클로이 자오 감독과 각본가 폴 래버티 등 심사위원 8명이 함께했다. <노매드랜드>, <햄넷>를 연출한 자오 감독은 “오랫동안 동경한 박 감독이 함께한다는 것을 듣고 기뻤다. 일종의 ‘마스터클래스’(거장에게 배우는 시간)에 참여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심사위원장 자리를 제안받고 “5분쯤 고민했다”고 했다. “심사위원을 해 본 적 있기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는 걸 잘 알아서”였다. 박 감독은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심사위원장이던 2017년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는 “칸 영화제에서 여러 번 경쟁 상영도 하고 상도 여러 번 받고 많은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수락 이유를 밝혔다.
‘깐느 박’이라는 별명처럼 박 감독과 칸 영화제의 인연은 두텁다. 2004년 <올드보이>로 2등 작품상으로 여겨지는 심사위원대상(Grand Prix)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처음 칸 영화제를 찾았던 2004년과 현재를 비교했다. “그때(2004년)만 해도 가끔만 한국 영화가 소개되는 형편이었다”는 그는 “불과 20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더 이상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영화가 잘 되어서 (영화의) 중심에 진입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며 “영화의 중심 자체가 확장되어 이제 더 많은 나라, 더 다양한 영화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제가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기도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 영화 ‘차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나홍진, 연상호, 정주리 감독 등의 영화가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것에 그는 “좋은 영화로 기대되는 영화들이 초대돼 다행”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호프>는 경쟁 부문에서 다른 21개 영화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한다.

미-이란 전쟁, 가자지구 제노사이드 등 국제적 폭력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열리는 축제에 “영화와 정치를 분리할 수 있냐”는 질문이 거듭 나왔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었던 빔 벤더스 감독이 가자지구와 관련된 질문에 “영화는 정치의 반대말” “영화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영화계의 비판을 받았던 바다.
박 감독은 “정치와 예술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치와 예술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해서 예술의 적이라고 인식되어서도, 정치적으로 경청할 만한 주장을 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영화를 배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훌륭한 주장이어도 예술적으로 탁월하게 성취되지 않는다면 그건 프로파간다(선전)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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