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이재명 정부의 과제이자 책무

민주개혁진영은 5월 10일까지 개헌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고 6.3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단계적 개헌론을 제시했다. 민주개혁진영이 이번 지자체 선거 때 통과시키려 한 개헌안은 지방분권 강화, 헌법전문에 5.18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 수록,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조건 강화 등이었다. 합리적 방안이었다. 국민 다수가 찬성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는 물론이요 심지어 개헌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방해했다. 촛불 혁명과 빛의 항쟁을 통해 사회 대개혁과 7공화국 수립을 염원했던 민주개혁세력의 실망과 허탈감이 매우 크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안 표결을 앞두고 개헌을 하려면 권력 구조 변경까지 포함한 전반적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개헌안을 제출하는 것은 선거전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전문에 5·18민주화운동과 부마 민주항쟁뿐만 아니라 건국, 새마을운동, 근대화 등도 포함하자고 했다.
공은 다시 민주당에게 넘어왔다. 이제 개헌을 할 경우 국민의힘의 주장과 상관없이 권력 구조까지 포함한 일괄 개헌을 할 수밖에 없다. 2년 후 국회의원 선거 때 개헌을 할 경우 국민의힘은 또 선거전략이라고 비판하며 개헌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런 주장에 대비해서라도 앞으로 1년 안에 개헌을 하는 게 합리적이다. 헌법전문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외에 건국, 새마을운동, 근대화까지 포함하자는 주장은 개헌을 방해하기 위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그런 주장은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개헌이 무산된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의힘에게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탓은 이번으로 끝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는 국민의힘의 찬반과 상관없이 개헌을 성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가지 모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다수 혹은 10명 이상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
첫째, 국민의힘과 합의하여 개헌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극우가 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윤석열 탄핵 때처럼 국민의힘 내 합리적 보수세력과 손을 잡는 방안이다. 하나는 국민의힘 내 합리적 보수세력이 별도의 정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협치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하면서 10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 개헌에 찬성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을 어떤 방식으로 개헌에 동참하게 하든 모두 민주당의 양보와 타협적 자세가 요구된다. 우선 국민의힘 내 일부 의원을 개헌에 동참하게 하려면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내용면에서도 그들에게 개헌에 동참할 명분을 줘야 한다. 민주당이 이렇게 양보하고 타협해야 하는 이유는 개헌에 관한 한 민주당에 무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정파와 진영을 넘어 국민 절대다수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개헌이 여야 혹은 정파 간의 타협과 양보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제헌헌법은 내각제를 지지하는 야당과 대통령제를 선호한 이승만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현재의 헌법인 6공화국 헌법은 노태우·김대중·김영삼·김종필 네 대권후보들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미국 헌법은 강력한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연방주의자와 주의 권리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반연방주의자들의 타협으로 가능했다. 프랑스의 현재 헌법(이원집정부제)은 드골의 대통령제와 의원들의 내각제 요구가 절충된 내용이었다.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지혜를 모으고 협상력을 발휘하라. 2년 후 국회의원 선거 때가 아니라 앞으로 1년 이내에 개헌을 한다는 청사진을 만들어라. 이재명 대통령, 새로 뽑힐 국회의장, 오는 8월에 선출될 민주당 대표, 그리고 민주개혁진영 국회의원 모두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 사회 대개혁과 개헌을 외친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최영태 ytchoi@j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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