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제주항공의 역설… 승무원은 다시 ‘무급휴직’으로

신혜영 기자 2026. 5. 13. 12: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 1분기 흑자전환·탑승률 1위 기록에도 무급휴직
국내 LCC 대규모 노선감편… 현재까지 국제선 900편 축소
고유가 뉴노멀 시대 진입, LCC 수익모델 재편 불가피

제주항공이 지난 8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설 연휴 수요가 반영되면서 인천공항 이용객이 총 1978만명에 달하는 등 항공업계 전반의 호실적이 기대됐던 가운데 제주항공은 예상대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LCC 중 탑승률 1위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실적 공개 첫 타자로서 산뜻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1분기와 2분기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1분기 양호한 실적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유가가 뉴노멀로 자리 잡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LCC의 박리다매식 수익모델 재편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항공 보잉 737-8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1분기 흑자전환… '국내 1위 LCC' 입지 재확인
제주항공은 지난 8일 양호한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하며 '국내 1위 LCC'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분기 매출 49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44억원, 122억원으로 2025년 1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여객 수요 증가와 기단 현대화를 꼽았다.

먼저 여객 수요 증가로 인한 높은 탑승률이 눈에 띈다. 1분기 제주항공 탑승객 수는 331만1358명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4.2% 증가했다. 탑승률은 91.9%로 국적 항공사 평균인 88.8%를 웃돌며 국내 LCC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기단 현대화를 통한 체질 개선과 수익 구조 개선 흐름도 뚜렷하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차세대 항공기 보잉 737-8 기종을 2대 도입했으며 연말까지 5대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노후 항공기 반납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는 기령 20년이 넘은 보잉 737-800 리스 항공기 2대를 반납했으며 올해 3~4월에는 노후 항공기 2대를 추가로 매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객기 평균 기령을 11.8년까지 낮췄다. 연말까지 차세대 항공기 5대를 추가 확보하면 평균 기령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경년기 매각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병행하며 유류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유류비는 전년 대비 16%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매기 비중을 늘린 것도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도입한 항공기와 연말까지 도입 예정인 항공기는 모두 구매기로, 제주항공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제주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42대 중 구매기는 14대로 전체의 33.3%를 차지한다.

국내 LCC 가운데 항공기를 직접 구매해 운영하는 항공사는 현재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리스기는 계약 종료 시 대규모 원상복구 정비 비용이 발생해 LCC에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제주항공은 구매기 비중을 늘려 LCC의 리스 중심 구조를 타파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실적 개선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흑자전환 직후 맞은 '무급휴직'… 엇갈린 실적과 현실
흑자전환과 탑승률 1위라는 1분기 호실적을 공개하자마자 제주항공이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동발 고유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 조치로, 실적 개선 흐름과 상반된 행보다.

무급휴직은 객실 승무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휴직 기간은 6월 한 달이다. 배경에는 노선 감편이 있다. 제주항공은 5~6월 두 달간 국제선 운항 편수의 4%에 해당하는 왕복 187편을 줄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을 축소하면서 불가피하게 승무원 무급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이 무급휴직을 실시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6년 만이다.

당시에는 국가 간 이동 제한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생존을 위한 전사적인 대응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여행 수요는 견조하지만 항공유 가격 폭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주항공 보잉 737-8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LCC 전반으로 확산된 감편·무급휴직 조치
무급휴직과 노선 감편 조치는 LCC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티웨이항공 역시 지난달부터 5~6월 두 달간 무급휴직 신청을 받은 상태이며 감편 규모는 왕복 35편이다.

진에어는 이달까지 왕복 176편을 줄였다. 지난 달 괌, 나트랑 등 8개 노선 45편을 감편했으며 이달에는 푸꾸옥 등 14개 노선에서 131편을 추가로 줄였다.

에어부산은 현재까지 왕복 212편을 줄였으며 다음 달에는 부산발 괌, 방콕, 세부, 다낭, 비엔티안 노선과 인천발 홍콩, 치앙마이 노선 등 8개 노선에서 운항을 축소할 계획이다.

에어서울은 이달과 다음 달 괌, 베트남 노선에서 왕복 51편 운항을 줄인다.

이스타항공은 푸꾸옥 등 중거리 노선에서 왕복 150편을 감편했다.

에어프레미아는 4~5월에 31편, 6~8월에는 42편 감편을 확정했다.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 역시 오는 7월까지 이스탄불, 프놈펜 등 6개 노선에서 왕복 27편을 줄일 예정이다.

주로 동남아 노선을 위주로 운항이 축소된 것에 대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노선은 대부분 중거리 노선으로 일본처럼 가까운 노선에 비해 유류할증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현지에서 추가 급유를 하는 것도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줄어든 운항 편수는 왕복 약 900편에 달하며 일부 항공사들이 아직 6월 운항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감편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국제 정세와 유가 동향에 따라 감편 조치가 장기화될 수 있어 여름 성수기를 앞둔 여행객들의 항공권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공항 내부 전경.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고유가 뉴노멀 시대… LCC 구조개혁 시급
항공사들은 유가가 다시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고유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동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주요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으면서 하루 60만배럴 이상의 생산 능력이 감소했고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송하던 동서 원유 파이프라인 수송량도 70만배럴 줄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시설 복구에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유전 생산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지하 압력이 변화하거나 생산성이 저하돼 초기 생산량이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 수 있다.

전쟁이 종식돼도 공급망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항공사들에게 치명적이다. 항공사 운영비에서 유류비는 통상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LCC에는 더 큰 악재다. FSC는 장거리 비즈니스 노선, 화물 사업,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지만 LCC는 대부분의 매출이 단거리 위주 단순 여객 운송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플랜 B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노선 감편이나 무급휴직과 같은 일시적인 비상 조치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LCC의 비용 절감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이미 인건비, 마케팅비, 서비스 비용 등을 최소화한 상태여서 추가적인 비용 절감이 쉽지 않다.

여기에 저가 운임을 내세우며 승객을 확보하는 박리다매식 운영 때문에 운임을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운임을 올리면 승객이 줄어서 적자, 운임을 유지하면 승객을 태워도 적자인 진퇴양난 구조에 놓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결국 LCC도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유가 뉴노멀 시대에 저비용 운영 구조는 더 이상 생존 공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객 운송에만 매달리는 기존의 구조를 타파하고 화물 사업이나 부가 서비스 개발 등 수익 모델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