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웅은 잠시 잊어요…‘만루의 시련’ 이겨낸 해결사 전병우

김은진 기자 2026. 5. 13. 12: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전병우(왼쪽)가 12일 잠실 LG전에서 결승 만루홈런을 때린 뒤 구자욱이 입혀주는 홈런 재킷을 입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전병우(34·삼성)는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 7회까지 안타를 치지 못했다. 선두타자로 나간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지만 두 타석 모두 외야플라이로 잡혔다.

삼성은 1회초 1점을 먼저 뽑은 뒤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LG는 득점은 못해도 계속 출루해 주자를 쌓으며 위협해오고 있었다. 6번 타자 전병우 앞에는 2~4번 구자욱, 최형우, 디아즈까지 특급 스타들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1점 차 승부는 결국 7회말 1-1 동점이 돼버렸다.

8회초 삼성의 타순은 좋았다. 1번 타자 김성윤이 볼넷을 골라 상대를 흔들었다. 그러나 구자욱도, 최형우도 뜬공으로 물러났다. 상대가 폭투를 하더니 4번 타자 디아즈는 고의4구로 보내 1·2루를 채워버렸다. 마치 폭탄돌리기 같은 압박감이 뒤 타자 둘에게 먹구름처럼 몰려왔다. 5번 타자 박승규의 타구가 느리게 구르면서 행운의 내야안타가 돼 2사 만루, 폭탄은 결국 6번 타자 전병우 손에 쥐어졌다.

전병우는 아주 솔직히 털어놨다. “사실 앞에서 (구)자욱이랑 형우 형, 디아즈가 좀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긴 하다. ‘내게 왜 이런 시련이…’ 하는 생각을 하며 타석에 나갔다”고 말했다.

삼성 전병우가 12일 잠실 LG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강타선의 팀이다. 지난해 타점왕·홈런왕인 디아즈,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외야수 구자욱이 있고, 이재현과 김영웅 등 젊은 스타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중에 올해 레전드 최형우까지 가세했다. 초호화 스타군단이다. 웬만해서는 라인업에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전병우는 9년 차 내야수다. 키움에서 2024년 2차 드래프트로 삼성에 간 뒤에는 주전보다 백업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올해, 3루수 김영웅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 10경기 만에 이탈하자 전병우가 3루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앞에서 스타들이 해결하지 못한 끝에 찾아온 2사 만루의 폭탄을 전병우는 만루포로 쏘아올렸다. 좌완 장현식의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벗어나 낮게 들어온 것을 퍼올려 왼쪽 끝 펜스 뒤로 넘겼다.

만루의 ‘시련’을 이겨낸 전병우는 극적인 홈런을 애써 포장하지도 않았다. “전 타석에서 무사 1루에 (박)승규가 나갔을 때도 치고 싶은 마음은 많았는데 치지 못해 이번에는 좀 해결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최근에 만루에 좋은 기억이 없어 걱정도 많이 하며 나갔다”고 했다. 존을 벗어난 슬라이더를 만루포로 만들어놓고도 “노려치려고 몇 번 했었는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뭘 노리고 나가지 않는다. 슬라이더를 노린 게 아니다. 직구 생각했고 몸쪽이나 가운데쪽 보고 있었는데 휘어들어오는 슬라이더라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삼성 전병우가 12일 잠실 LG전 승리 뒤 박진만 삼성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전병우는 김영웅이 다쳐서 선발 출전하기 시작했다. 다들 김영웅이 돌아오면 3루수는 다시 김영웅이라 예상하고 있다. 전병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전병우는 9일 NC전에서도 2루타 2개로 중요한 2타점을 올렸고 1점 차로 승리한 8일 NC전에서도 적시타를 쳤다. 전병우의 타율은 0.287, 홈런 3개에 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6을 기록하고 있다. 전병우의 홈런으로 삼성이 12년 만에 8연승을 달린 12일,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전병우는 이제 우리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전병우는 지난해 등번호 34번을 달았다. 레전드 최형우의 오랜 번호다. 올해 최형우가 합류하면서 전병우는 61번으로 바꿨다. 쿨한 건지, 솔직한 건지, 포장하는 법을 모르는 전병우는 ‘61번을 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잠깐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사실은 그냥 남는 번호 받았다”고 털어놓으며 마지막까지 매력을 발산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