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어디로…남은 변수 총정리

김준범 2026. 5. 13. 11:2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흘에 걸쳐 총 28시간, 말 그대로 '마라톤 회의'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문을 연 이래 최대 이벤트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이 오늘(13일) 새벽 3시쯤 끝났다. 결과는 '빈손'이었다.

그제(11일)부터 사흘에 걸쳐 회의했지만, 노사는 입장을 못 좁혔다. 중노위의 조정 노력도 실패했다.

중노위는 회의를 주재한 공익위원 주도로 조정안을 내려고 했다. 조정안 초안을 양쪽에 전달했고, 의견을 수렴했지만, 노조가 조정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중노위가 마련한 조정안 초안의 얼개는 아래와 같다.


결국 '제도화' 여부에서 갈렸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 사항은 크게 셋이다.

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현재는 15% 요구)을 성과급으로 할당하고, ② 성과급의 상한액을 설정하지 말고, ③ 이런 규칙을 올해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적용하자는 것.

셋 중 노조는 마지막 부분, 올해 이후에도 적용하자는 '제도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후조정 결렬 직후 "우리의 성과를 외부요인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일회성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13일) 새벽 사후조정이 결렬된 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 위원장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측은 정반대다.

다른 두 요구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제도화'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지급 규칙을 못 박는 것은 경영권 침해일 뿐 아니라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 안 맞다는 것이다.

덜 중요한 대목은 이견이 좁혀질 것도 같은데, 가장 중요한 대목은 양쪽 다 완강하다.

비유하면, 가지는 쳐도 뿌리는 못 건드릴 형국이다.

노조는 상황이 안 달라지면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는 일정은 그대로라고 한다.

남은 시간은 이제 8일. 일주일 남짓, 삼성전자 파업의 남은 변수는 뭘까.

■ 변수 1. 파업 금지 가처분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삼성전자 본사를 관할하는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달 16일 사측이 법원에 신청했고, 지난달 29일 1차 심문이 열렸다. 오늘(13일) 2차 심문이 있었다.

사건 이름은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이지만, 사실 파업 자체를 막는 데보다는 파업의 범위를 좁히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판례를 검색해 보면, 파업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단골은 현대자동차다. 과거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잦았던 만큼, 사측의 가처분도 많았다.

판례와 법리가 쌓인 만큼,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핵심은 셋이다. ① 목적의 정당성, ② 절차 준수 여부, ③ 수단의 위법성 정도다.

파업이 목적이 정당하냐 여부는 근로조건에 대한 것이냐, 경영권에 대한 것이냐를 본다. 급여 등 근로조건에 대한 것이라면 법원은 대체로 허용한다. 반면, 경영권 침해로 간주하면 반대가 될 수 있다.

절차 부분은 조합원 찬반 투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등을 거쳤는지 여부를 따진다. 이번에 삼성전자 노조는 다 거쳤다. 절차적 하자가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마지막 수단의 위법성이 핵심일 수 있다. 중요 생산 시설을 점거하거나 비조합원 출근 방해 등 이른바 '실력 행사'를 하는지 여부를 따진다.

법원이 사측의 신청을 '전부 인용'하면 파업은 불가능해진다. 다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례도 거의 없다.

사측이 이긴다면 '일부 인용' 가능성이 높다. 파업 자체는 허용하되, 구체적인 위법 행위만 금지하는 방식이다.

흔한 방식은 이런 것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 출입 금지' '비조합원 출근 저지 금지' 등의 조건을 붙이는 식이다.

기각되면 파업은 제한 없이 가능해진다. 노조는 이미 중노위 조정을 거쳐 합법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국가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에서 파업이 있었던 전례가 없다는 점은 변수다. 재판부의 고심을 깊게 할 부분이다.

법원은 어느 쪽이든 파업 돌입을 예고한 21일 전에는 결론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 변수2. 사후조정 한 번 더

중앙노동위의 사후조정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 사후조정은 노사 양측이 동의하면, 파업 전이든 파업 중이든 언제든 열 수 있다.

노조도 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최승호 위원장은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사측도 노조가 '경직된 제도화'를 고수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든 파업만은 막겠다는 뜻이다. 사후조정이 한 번 더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이견이다. 회의장에 앉는 것까지는 쉽다. 진짜 고비는 그다음이다.

노든 사든 양쪽 다 가지만 치는 방식으로는 이견 조정이 어렵다. 결국은 뿌리를 건드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완강했던 입장을 돌릴 수 있을까.

조정을 더 한들 타결이 될지 의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변수 3. '극약처방' 긴급조정

파업 가능성이 점점 가시화되면서, 점점 자주 거론되는 제도가 있다. 긴급조정이다.

긴급조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쟁의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제도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장관이 발동하면 30일 동안 쟁의행위는 멈춘다. 조합원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생소한 제도다. 지금까지 통틀어 딱 4번 있었다.


제76조(긴급조정의 결정) ①고용노동부장관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긴급조정의 결정을 할 수 있다.

법 조항을 찬찬히 보자. 긴급조정의 발동 요건은 두 가지다.

먼저 ①공익사업장이거나 대규모 사업장이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공익사업장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사업장인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②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 생활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해야 한다.

이 대목이 고차방정식이다.

어느 정도 피해가 생겨야 국민경제가 국민생활이 위태로워질까. 파업 손실이 얼마로 추산돼야 할까. 이때 따지는 손실은 매출일까, 이익일까. 파업이 돌입하기 전에도 손실을 예측해서 발동할 수 있을까. 아니면 파업 돌입 이후에만 고려할 수 있는 걸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문제는 또 있다. 긴급조정은 30일간 파업을 중단시키는 제도다. 그러면 30일 이후에는 이견이 사라질까. 그때도 이견이 그대로면 어찌할 것인가. 누구도 시원하게 답하기 어렵다.

정부도 극히 신중한 기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13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밤을 새워서라도 대화해야 한다"라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은 일단 선을 그었다.

앞선 4번의 전례를 봐도, 박정희 정부 때 1번, 김영삼 정부 때 1번, 노무현 정부 때 2번. 왼쪽 정부든 오른쪽 정부든 잘 안 썼던 제도인 건 분명하다.

그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은 극약처방이란 뜻이다. 합법 쟁의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 이런 파업은 없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0~25% 수준이다. 전체 수출액 중 비중은 18~19%다. 국민연금 전체 자산 중 4~5%를 차지하고, 개인주주는 400~500만 명이다.

삼성전자의 현재 스코어다. 파업 여부에 내 지갑 사정이 달라진다. 사실상 국민 모두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파업은 절대 안 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요성을 따지면 당연한 메시지다.

문제는 파업 자체는 정부가 아닌 노사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정부는 측면 지원만 가능할 뿐이다.

파업 예고 일까지 D-8, 시계 제로에 가까운 상태다. 모든 게 불확실하다.

단,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까지 이런 파업은 없었다.

그래픽: 권세라, 이성주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