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샷에 최선” 카메라에 담은 Ted의 경영철학

정호원 2026. 5.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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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작가 변신
‘Ted Chung’ 이름으로 첫 전시회 참여
“사진 하나하나 에너지 응축” 평가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린 ‘우리들의 움직이는 이미지’ 전시에서 걸그룹 위키미키 김도연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정태영 부회장의 사진 22점이 전시된 전시 공간. [현대카드 제공]

“반듯한 그릇 위에 정갈한 음식을 놓듯, 피사체를 사진에 정갈하게 담아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큐레이터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사진관을 묻는 질문에 그가 평소 강조하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지난 9일부터 ‘우리들의 움직이는 이미지(Our [Moving] Images)’ 전시가 일반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 중 한 명은 현대카드 수장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한 정태영 부회장이다. 그는 영어 이름 ‘Ted Chung’으로 참여해 생애 첫 사진전에 22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는 정 부회장을 비롯해 광고감독 레이 이(Ray Yi), 사진작가 안주영, 걸그룹 위키미키의 김도연 등 4명이 의기투합해 구성했다.

전시 제목을 ‘우리들의 움직이는 이미지’로 정한 데는 사진이 관람객의 개입이 가장 활발한 매체라는 점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사진을 보며 관객은 저마다의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릴 수 있고, 누구나 사진을 찍는 시대인 만큼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게 다가가 감동을 줄 수 있겠다는 기획 의도가 담겼다.

이번 전시는 오랜 우정을 이어온 정 부회장과 레이 이 감독이 “함께 전시를 열어보자”고 뜻을 모으며 시작됐다. 여기에 전문 사진작가 안주영씨와 평소 사진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김도연씨가 합류하며 4인 4색의 조화가 완성됐다. 작가들이 각자 50~90여 점의 후보작을 선정하면, 현대카드 큐레이션 팀이 공간의 분위기와 작가 간의 조화를 고려해 최종 작품을 추려내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졌다. 작가들은 준비 과정에서의 치열한 고민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제작해 전시장 내에서 상영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의 사진 사랑은 유별나다. 현재 30대인 자녀가 아주 어릴 적부터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 전시에도 2022년부터 최근까지 포착한 찰나의 순간들이 담겼다.

그는 어딜 가든 ‘라이카’ 카메라 한 대를 들고다니며 틈만 나면 셔터를 눌렀다. 작품에는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들도 녹아 있다. 파리올림픽 당시 정 부회장의 아들 정준씨와 결혼한 리디아 고 선수가 금메달을 따던 순간, 인파가 몰린 장면을 ‘사람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는 인상에 착안해 광각 렌즈로 포착해 낸 것이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은 “그날의 분위기와 감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관람객 또한 자신만의 감상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에 별도의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이번 전시 작품중 일부는 일반적인 액자 방식에서 벗어나 종이에 인화한 사진을 클립에 꽂아 전시했는데, 이는 독일 사진 거장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를 오마주한 것이다. 틸만스는 예술의 권위를 낮추고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집게나 테이프를 사용하는 파격적 방식을 고수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22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파트너십을 통해 틸만스의 회고전을 단독 후원하기도 했다. 최근 정 부회장의 사진관은 ‘형식의 탈피’로 향하고 있다. 초기 작품이 완벽한 대칭과 구도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현장의 생생한 공기를 기록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둔다.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는 “정 부회장은 취미임에도 100여 점의 사진을 별도 폴더로 관리할 만큼 철저한 아카이빙 습관을 지니고 있다”며 “전시된 22점 외에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은 슬라이드 영상으로 선보였다”고 전했다.

함께 전시를 연 레이 이 감독은 정 부회장의 사진을 ‘응축된 에너지’로 정의했다. 그는 “제 사진이 나른한 분위기라면, 부회장님의 사진은 하나하나 에너지가 응축돼 있다”며 “함께한 작가들 사이에서 부회장님은 ‘모든 샷에 최선을 다한다(Every shot counts)’는 평을 듣는데, 특유의 경영 태도가 사진에도 그대로 투영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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