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질서를 삶의 시간으로 바꾼 지혜…실학박물관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

임창희 2026. 5. 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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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인 오늘 전국의 날씨는"으로 시작되는 날씨 뉴스 멘트를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태양의 움직임(황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눠 정한 24절기(節氣)는 오랜 시간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활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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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측기구·실학자 유물부터
오늘날 생태 활동가 이야기까지
'관측·전달·실천' 키워드로 탐구
10월 18일까지…체험행사 풍성

"절기상 ○○인 오늘 전국의 날씨는…"으로 시작되는 날씨 뉴스 멘트를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태양의 움직임(황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눠 정한 24절기(節氣)는 오랜 시간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활용돼 왔다. 농경시대에는 24절기를 바탕으로 생업과 일상을 지켰고, 현대의 사람들도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이라는 절기를 기준 삼아 옷을 준비하곤 한다.

실학박물관은 이러한 절기를 하늘과 땅의 사람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지혜로 새롭게 읽어내는 기획전시 '이십사二十四 :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를 오는 10월 18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일상에서 희미해진 '제철'의 감각을 되살리고, 자연의 흐름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 온 선조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농업 지식'으로 인식되는 절기의 바탕에는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시간의 질서를 세운 천문 관측과 계산의 역사가 놓여 있음을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 오늘날에도 절기를 따르며 살아가는 농부와 생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더해 절기가 현재 우리의 삶에도 이어지고 있는 지혜임을 보여준다.

전시는 관측, 전달, 실천 등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천문 관측기구, 책력(책으로 된 달력) 등 유물과 영상을 통해 하늘의 변화가 사회적 약속인 시간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별을 관측하는 '혼천의', 해시계 '앙부일구', 한 달의 길이 및 24절기의 시점 등을 헤아린 '시헌서' 등 유물을 통해 천문 관측과 책력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혼개통헌의. 사진=경기문화재단
이어지는 2부 '전달: 삶으로 잇다'에서는 국가의 영역이었던 '시간'을 누구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생활 지식으로 확장시키는 실학자들의 노력을 알아본다. 실학자 유금의 '혼개통헌의',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박제가의 '북학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실제 '혼개통헌의'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반응형 영상도 준비됐다.
 
농가월령가. 사진=경기문화재단
마지막 3부 '실천: 땅을 살리다'에서는 오늘날에도 절기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난다. 철에 맞춰 땅을 해치지 않는 농사를 이어가는 농부들의 '지구농부 이야기', 도시와 농촌을 잇는 사람들의 실천을 보여주는 '제철밥상 이야기', 생태적 삶의 방식을 소개하는 '순환의 삶 이야기' 등을 통해 오늘날 기후 위기와 생태적 전환의 시대에 다시 읽어야 할 삶의 감각을 전한다.
 
'지구농부 이야기' 영상의 한 장면. 종합재미농장의 안정화, 김신범 농부가 밭에서 작업하는 모습이다. 사진=경기문화재단

전시와 함께 절기 '소만(小滿)'이 시작되는 오는 21일에는 개막기념 행사 '절기를 나누다'가 열린다. 전시에 참여하는 지역 농부, 셰프와 함께 제철 먹거리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이다. 봉금의뜰(김현숙 농부)과 팀화요 셰프들이 직접 기른 제철 먹거리로 만든 음식, 양수리 로컬 아이스크림 가게 '델레떼'가 제철 지역 먹거리로 제작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또 전시 기간 중 지역의 농부, 예술단체 등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체험과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될 예정이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절기를 과거의 지식으로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하늘과 땅, 사람의 삶을 잇는 살아 있는 감각으로 다시 풀어낸 자리"라며 '관람객이 실학자들의 시선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오늘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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