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방어에 갇힌 한진칼...MSCI 퇴출 부른 '시장 체급' 후퇴

조승열 기자 2026. 5.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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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력 강화엔 성공했지만 글로벌 자금 경쟁선 밀려
유동시총·거래활성도 약화…"주주가치보다 경영권 방어 우선" 지적
[출처=한진칼]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MSCI 한국지수에서 편출되면서 조원태 회장 체제의 지배구조 전략이 도마에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안정화에는 성공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유동시가총액과 거래 유동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MSCI 정기 리뷰 결과에 따르면 한진칼은 MSCI 한국지수 편출 종목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HD현대마린솔루션과 SK바이오팜도 제외됐다.

한진칼은 2024년 2월 MSCI 한국지수에 편입되며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를 키웠다. 항공업 업황 회복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너지 기대감이 맞물리며 외국인 수급 확대 기대가 형성됐다. 실제 편입 직후 거래대금 증가와 외국인 매수세 확대가 나타나며 지수 편입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약 2년 만에 편출되면서 MSCI 기준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MSCI 지수는 글로벌 연기금과 ETF 자금이 추종하는 대표 벤치마크로, 시가총액과 유동시가총액, 거래 유동성 등을 기준으로 종목을 선별한다. 편입은 자금 유입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편출은 패시브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호지분 확대에 실질 유동비율 53%...유동시총 경쟁력 약화

증권가에서는 이번 편출의 핵심 원인으로 유동시가총액 감소를 지목한다. MSCI는 전체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 비중을 반영한 유동시가총액 기준을 적용하는데, 한진칼의 경우 실질 유동주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글로벌 기준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출처=연합뉴스]

12일 기준 한진칼의 유동비율은 68.86%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조원태 회장 지분 5.78%, 한국산업은행 등 특수관계인 지분 25.37%, 델타항공 지분 14.90% 등을 사실상 우호지분으로 분류한다. 이를 반영하면 실질 유동비율은 크게 낮아진다.

이는 MSCI 한국지수 편입 대형주의 유동비율이 통상 70~90%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실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76.00%), SK하이닉스(74.96%), 현대차(65.55%), 두산에너빌리티(68.89%) 등도 대부분 60% 이상의 유동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낮은 유동주식 비중이 단순한 지분 구조 문제가 아니라 조 회장 체제의 경영권 방어 전략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호지분 확보 과정에서 시장에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감소했고, 결과적으로 MSCI가 중시하는 유동시가총액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지배력 강화가 오히려 글로벌 자금 시장에서는 '시장 체급' 약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한진칼 주가는 MSCI 편입 당시 약 7만5600원에서 최근 10만92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거래대금 회전율과 외국인 수급 유입은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 지분율 역시 같은 기간 19.85%에서 19.82%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주가 상승이 글로벌 자금의 구조적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 행보...'시장 신뢰 약화' 지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대한항공]

시장에서는 한진칼의 지배구조 전략이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칼은 MSCI 편입 이후 조원태 회장 중심으로 지배력 강화 작업을 이어가며 시장의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한진칼은 지난해 보유 자사주 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규모는 약 663억원 수준이다. 이어 대한항공은 LS㈜를 상대로 표면이자율 0% 조건의 65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한진칼은 자사주 출연 배경으로 "구성원 복지 향상과 생활 안정"을 제시했고, 교환사채 발행 역시 사업 협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조 회장 우호지분 확대와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진칼의 결정이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할 뿐 전체 주주에게는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이전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한진칼 사례처럼 회사 자금으로 매입했던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할 경우 총수 측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 방식이 '편법적 경영권 방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 이슈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매력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MSCI는 유동시가총액과 거래 유동성 등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하지만, 최근 글로벌 자금은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안정성 역시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반영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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